엄지 골절된 외국 청년 죽음…집주인은 “안 들려”만 말했다

2024-10-21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리튬전지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다.

사망자가 20명을 넘은 대형 참사였고, 희생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였다.

당시 뉴스를 보다 문득 생각나는 현장이 있었다.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의뢰인은 집주인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이주노동자가 숨진 것이다.

미얀마에서 왔단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서 살던 동네였다.

그 동네 집주인들은 이들을 상대로 세를 놓았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노동자들인 데다 불법체류도 많다 보니,

서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그냥 월세를 받는 게 관례였다.

노인은 젊은 외국인의 이름도 제대로 몰랐다.

“여관방처럼 그냥 월세 받고 빌려주는 거지 뭐.

젊은 친구들이 먹고살려고 왔다는데 내쫓을 수도 없고 말야….

이 동네선 다들 그러잖아.”

대부분 다가구주택이었고 집주인이 함께 살았다.

한 채의 집을 여러 개의 방으로 쪼개 세를 주고 있었다.

방엔 화장실이나 샤워 공간이 따로 없었으며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만큼 월세가 저렴할까 싶었지만 월 30만원씩 받았다니 그렇게 싼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들고 쉴 공간이 절실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집주인들은 불법이 관행이 돼 딱히 뭐가 잘못된 것인지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산다.”

흰머리가 성성한 노인은 오랜 세월에 꺾인 것처럼 허리도 굽어 있었다.

잘 곳 없는 이들을 돌본다는 그의 ‘인자함’은 선행과 악행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었다.

“고인의 장례나 시신 처리는 어떻게 됐나요?”

내 질문에 노인은 느닷없이 귀가 잘 안 들린다며 답을 피한 채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청소를 하라고 불렀으니 네 할 일이나 제대로 끝내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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