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몰렸다 빠진 지역, 슬럼화 가속 우려

2024-10-22

공단 낀 달서·서구 체류자 다수

일하러 왔다 수도권으로 이주

아이들 전학에 학교 문 닫기도

외국인 대상 영업 가게 수입 ‘뚝’

노후 빌라촌은 빈집 방치 우려

외국인 밀집 지역의 슬럼화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가운데 체류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후 지역이 맞게 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상권 추락등 본격 슬럼화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오전 10시께 대구 달서구 호산동의 한 거리. 한국어 간판들 사이로 베트남어 간판과 중국어 간판들이 걸려있었다. 이 지역은 계명대학교와 성서산업단지가 함께 위치한 외국인 밀집 지역이다. 식당 인근으로는 PC방과 가라오케, 바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달서구는 대구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달서구에는 대구 체류 외국인의 31.6%인 1만3천2명이 체류 중이다.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2.4%로 달서구민 100명 중 2명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서구의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1.9%를 기록하며 달서구의 뒤를 이었다. 서구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총 3천110명으로 대구에서는 4번째로 외국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달서구는 성서산단, 서구는 염색산업단지와 서대구산업공단 등 모두 공업단지를 끼고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공단을 품고 있는 북구와 달성군에도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다.

계명대학교 인근 호산·신당동의 경우 외국인들이 값싼 방을 찾아 원룸을 구하면서 남문과 와룡시장 일대에 밀집 지역이 형성됐다. 저렴한 만큼 오래된 빌라들이 많고 와룡시장은 외국 전통 음식점이 늘어나며 이국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동문 등 일부 원룸들은 외국인 대상으로 임대를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과 한국인들의 거주지가 분리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문화적 차이와 범죄 발생 우려 등이 양극화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서구 비산동 인근도 외국인들이 밀집되며 다문화 거리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의 이태원’이라는 비유와는 달리 도심에 비해 낙후되고 발걸음이 뜸한 지역으로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무슬림들이 많아 이슬람 사원들이 많고 노후한 주택들이 많아 ‘무섭다’는 오명도 쓰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밀집 지역의 경우 체류 외국인들이 빠진 후 본격적인 슬럼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외국인 손님 중심으로 장사를 하는 가게들은 수입에 직격탄을 맞고 노후 빌라들도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빈집으로 남게될 우려가 있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이 이주하고 나면 학생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허세호 달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은 “최근 문 닫은 A중학교의 경우 외국인 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 학부모들에게 선호도가 낮았다. 그러다 외국인 학부모들마저 일자리를 찾아 상경하며 아이들이 유출돼 정원수를 못 채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출로 인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지역 유학생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많이 이주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농촌으로 향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20년 이상 부동산을 운영 중인 강모(59)씨는 “유학생들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구에 일이 없다’며 방을 빼는 분들이 많다. 일자리도 적고 월급도 낮으니 공실이 계속 생기고 있다”며 “사람이 줄어드니 집값이 싸도 방이 덜 나간다. 이 일대는 유학생과 외노자들이 없으면 장사를 공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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