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절대 마시지 마”... 틱톡커들 경고한 '허브 음료' 정체는

2025-08-11

미국에서 한 허브 음료가 새로운 중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알코올 대체재로 홍보했으나 알코올,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이들은 이 음료를 마시고 더 큰 중독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 등에 따르면 틱톡커 미샤 브라운은 지난달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주유소 인근에서 청소년으로부터 '필 프리'(Feel Free)라는 토닉을 대신 구매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연을 틱톡에 공유했다.

필 프리는 2020년 보타닉 토닉스(Botanic Tonics)가 출시한 토닉 워터다. 토닉 워터는 보통 칵테일에 섞어 마시는 '음료'이지만 필 프리는 미국에서 21세 이상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브라운이 청소년으로부터 대리 구매를 요청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음료는 “기분을 좋게 하고 싶을 때, 카페인이 없는 활력 충전, 또는 집중력을 높이고 싶을 때 좋다”는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이완 효과가 있는 카바 뿌리가 함유돼 있다.

문제는 이와 함께 들어가 있는 동남아시아 원산 식물 '크라톰'(kratom)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018년 크라톰을 '오피오이드'(Opioid; 마약성 진통제)로 지정하고 관련 제품을 단속하고 있지만 앨라배마, 아칸소, 인디애나, 로드아일랜드, 위스콘신 등 5개 주를 제외하고는 제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이 음료는 카페인, 알코올, 마약류 없이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중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존은 틱톡에서 필 프리를 접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과거 헤로인과 메스암페타민 중독자였으나, 이를 겨우 끊고 8년간 단약 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필 프리를 섭취한 이후 다시 마약 중독자가 됐다고 호소했다.

존은 “한 번 해봤는데 정말 좋았다.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필 프리를 구매하기 위해 배달일로 돈을 모으는 가 하면, 노트북, 게임기 등 가진 것들을 팔았고, 이후에는 절도까지 했다고 밝혔다.

존이 필 프리를 마시기 위해 쓴 돈은 약 3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했다. 이 때문에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필 프리 중독을 겪은 사연을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다.

미국 커뮤니티 레딧의 필 프리를 끊기 위한 모임 회원은 5000명 이상에 달한다. 한 회원은 “내 말을 믿어달라. 이 음료에게서 가능한 한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조사 보타닉 토닉스는 소비자에게 크라톰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안전한 알코올 대체재로 광고해 지난 2023년 집단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875만 달러를 합의금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자 제조사는 1억 2970만 회분 이상의 필 프리를 판매했지만, 이 중 소비자 부작용 관련 불만은 1000건 미만으로 접수됐으며, 심각한 중독 관련 사항은 전무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매우 낮은 불만률을 보여주는데, 이는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선정적인 일화들이 고객 경험을 대변한다고 보도되는 것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필 프리가 과거 중독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위험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중독 치료 전문가인 레비는 “불장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로서 회복 중인 중독 환자들에게 절대로 '필 프리'를 복용하라고 권장하지 않는다.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모두 권장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중독자들에게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크라톰 협회의 공공 정책 수석 연구원인 맥 해도우는 “중독 위험이 있고,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모든 제품이 우려스럽다”면서 “우리는 크라톰 제품에 대한 매우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로체스터 대학교 의료센터 정신과 부교수인 마크 스워거는 크라톰을 저용량으로 복용하면 중독성이 거의 없지만, 내성이 생겨 같은 효과를 느끼려면 더 많이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크라톰 복용을 중단하면 금단 증상을 겪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필 프리 한 병은 2온스(약 50ml)로, 1회 제공량은 병의 용량 절반인 1온스다. 라벨에도 24시간 이내에 2온스 이상 섭취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다만,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크라톰에 함유된 화학 물질 7-OH(7-하이드록시미트라지닌)를 문제 삼아 1급 마약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있다.

합성 고농축 7-OH이 헤로인, 엑스터시, 마리화나와 같은 약물처럼 심각한 중독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크라톰에 함유된 성분으로는 이 수준의 중독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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