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 산행하던 날

2025-09-11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시간 되겠어? 드림빌리지 주차장에서 만날 까?" 정다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흔쾌히 대답하고 집을 나섰다. 서 둘러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려고 하니 버스가 오지 않았다. 미안한 마 음이 들어 30분쯤 늦을 거 같아 숲속에서 편히 쉬고 있으라고 문자를 보냈다.

숲 입구에서 기다린다고 답장이 왔다. 편백 숲길 정류장에서 내려 막 입구를 들어서자 친구가 입구에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친구가 공매사이트를 통해 사 놓았다는 드림빌리지가 있는 상관 편 백 숲이었다. 만학도로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친구는 등산을 매우 즐 겼다.

호젓하여 혼자는 등산이 어렵다는 길, 인적이 드문 길로 나를 안내한다. 자주 오는 등산객들도 모를 법한 길이었다. 그날도 등산객 이 단 둘이었다.

길 위에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자갈이나 돌이 없이 푹신푹신한 흙이 넉넉히 깔려 있었다. 흙길이라서 산행이 무척 편했다.

또 조용하여 자연과 대화하기 안성맞춤이었다. 등산객 이 낸 길이 아니고 산주가 낸 임도인가 싶었다.사방이 온통 진한 녹색으로 뒤덮인 나무가 우거져 있어 공기도 무척 신선하였다.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기분도 상큼했다. 제 절로 우리는 자연과 동화되어 한 몸이 되었다. 바람결을 따라 은은히 풍겨오는 풀 냄새, 꽃향기가 후각을 흠뻑 적셔 주었다.어디선가 산 더덕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친구는 어딘가 더덕이 많이 있나 보다고 말했다. 100년 넘은 산삼을 캤다는 기사가 인터넷 에 떴어. 감정가가 1억 8천만 원이라고 했더니, 우리도 산삼을 캐러 다닐까 했다. 늙어서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고 하니까 그렇다고 했다.

"나이 들어 이렇게 여유롭고 편안하게 사는데 더 욕심내면 안 돼."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어.”우리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또 산을 오르고 있었다. 바로 여기가 비 가 몹시 오던 날 이 길로 차를 몰고 내려오는데 바퀴가 빠져 산속에 차를 3일이나 숙박시켰다가 나중에 가서 운전을 시도했더니 빠졌다며 비가 오니 흙이 질퍽하여 자동차 바퀴가 빠졌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숲속에 여기저기 고운 자주색의 꽃을 피운 오동나무가 보인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는 옛말이 있다. 귀여운 딸이 커서 시집갈 때 오동나무로 장롱을 짜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오동나무가 각광을 받지 못한다.우리는 자연인이 되었다. 산에 나무와 풀이 싱그럽고 꽃이 아름다워 이 산을 자주 찾는다는 친구다.

친구는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 산을 오 르면서 연신 꽃 이름을 가르쳐 준다. 꽃 빛깔이 곱다고 하면서 감탄하 기도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낮은 자세로 쭈그려 앉아 사진도 찍는다.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자연을 즐기면서 산행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다리 아파서 걸을 수 없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가? 걸어 다닐 수 있으니 아직도 가슴이 뛰고 설레는 마음이 있지 않은가? 걸을 수만 있다면 걸어야 한다.

힘이 다할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매일매 일 하나님께서 주신 하루의 선물을 감사함으로 여기며 살아야 하리라.

△전원길 수필가는 2015년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했다. 은빛수필문학회 회원이며 전주시 봉사활동수기공모전 꽃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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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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