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보다 밉다…민주당, 1% 지지율 스타인 맹공격하는 이유

2024-10-16

갈 길 바쁜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미워하는 여성이 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녹색당 질 스타인(74) 후보다. 1% 남짓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은 노심초사다. 스타인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층 표를 나눠 가지면서 트럼프의 당선에 일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박빙인 이번 선거에서도 8년 전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스타인 맹공에 나서고 있다.

해리스 지지단체 “스타인, 미국 최대 사기꾼”

15일(현지시간)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Z세대 정치활동 단체인 ‘내일의 유권자들’(Voters of Tomorrow)은 틱톡을 통해 스타인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 단체 소속으로 이번 대선에 처음 투표하는 케이티 게이츠(21)는 틱톡에서 “스타인은 미국의 최대 사기꾼이다. 지난 8년간 전국적으로 사기를 쳐왔다”며 “(스타인에 투표하는 건) 그가 백악관에 가는 게 아니라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기는 걸 막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역시 지난 11일 “스타인에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30초 분량의 광고를 내놨다. 민주당이 녹색당 후보를 겨냥해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또 어부지리?…민주당 노심초사

기후변화 저지, 소득 불평등 해소 등을 앞세운 스타인은 이번 대선에서 네바다를 제외한 경합주 6곳 등 38개 주에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지지율은 1% 남짓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왜 스타인을 경계할까.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은 2016년 대선 패배 원흉을 스타인으로 본다”고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에게 졌던 2016년 대선의 기억 때문이다. 스타인이 러스트벨트 경합주인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에서 민주당 지지층 표를 분산시키는 바람에 트럼프가 이곳에서 근소한 차이로 클린턴을 이기는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었고, 이로 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게 민주당 진영의 생각이다.

실제로 2016년 대선에서 스타인은 위스콘신에서 3만1072표를 얻었다. 트럼프와 힐러리의 득표 격차(2만2748표)보다 많다. 가장 많은 선거인단 수를 가진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트럼프와 클린턴의 득표 차는 4만4000여표였는데 스타인은 4만9000여표를 얻었다. 전국적으로 더 많은 득표를 하고도 경합주에서 지면서 패배하는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민주당으로선 스타인이 이번 대선에서도 ‘스포일러(spoiler·방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이러한 고민을 아는 트럼프는 지난 6월 “나는 그(스타인)를 정말 좋아한다. 그가 100% 민주당 표를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인 측은 “해리스 캠츠는 (선거 패배의) 희생양을 찾고 있다”며 “민주당이 집권에 실패한다면 그건 노동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올리버·케네디 주니어도 투표용지에 이름 올려

해리스와 트럼프 이외의 ‘제3 후보’로 대선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건 스타인만이 아니다. NYT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미국 7대 경합주 모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제3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건 체이스 올리버 자유당 후보로 7개 경합주 모두에 후보로 등록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미시간과 위스콘신 2곳의 경합주 투표용지엔 이름이 삭제되지 않고 올려져 있다.

이들의 지지율은 1% 내외로 미미하다. 하지만 경합주 투표용지에 이름이 올려져 있는 것만으로도 초박빙 구도인 이번 선거 판도를 뒤집을 만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나드 타마스발도스타 주립대 교수는 NYT에 “제3 후보가 선거에서 스포일러가 되려면 선거 양상이 눈에 띄게 접전이어야 하는데 이번 대선 주요 격전지는 아슬아슬한 격차로 승패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3 후보의 존재가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구에게 유리할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줄리아 아자리 마퀘트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제3 후보 득표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접전”이라면서도 “이는 유권자가 제3의 선택지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차선책으로 어떤 후보를 선호할지 등을 가정해야 하는 문제라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더 큰 득을 볼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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