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우라나라 여성 작가 한강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던 (유럽 현지시간) 12월 10일 낮 1시 같은 시각 인접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시청에서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려 일본의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평화상을 받았다. 시상식에서 일본피해자단체협의회를 대표해서 92살의 다나카 데루미( 田中熙巳) 대표위원은 수상연설을 통해 "핵 억제론이 아니라 핵병기는 단 한발도 안된다."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나 중동에서 전쟁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언급하면서 "'핵금기'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에 한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나카 회장은 자신들의 활동이 전쟁을 개시한 나라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를 보상하는 '국가보상운동'과 '원자탄ㆍ수소탄을 금지하자는 운동' 등 두 개의 큰 활동을 펴왔음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활동이 국제적으로 '핵금기'에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1945년 8월9일 나가사키에 있다가 "한 발의 폭탄으로 집안의 식구 5명이 무참한 모습으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 정부로부터도 외면당해 고독과 병고와 생활고,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며 살아왔다."라고 오랫동안 고난의 시절을 회상했다. 그리고 피해자단체협의회가 주동이 돼 펼친 피폭 증언들이 2017년 핵병기금지조약의 성립에 이바지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하지만, 지금도 발사 가능한 핵병기가 4천기나 존재하고 러시아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암시하며 위협하는 상황에서 "인류가 핵병기로 자멸하는 일이 없도록 '핵병기도 전쟁도 없는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치자."라고 연설을 끝냈다.
요르겐 바트네 프리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도 미국, 러시아, 북한 등 핵보유국 9개국 어느 나라도 핵 군축과 군비통제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강화하고 있다.”라며 수상자들은 핵병기가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몸으로 입증했다고 거들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수상자 대표들은 숙소 앞 거리를 채운 관련 시민단체, 시민들과 함께 '더 이상 히로시마 안된다. 나가사키 안된다.', '전쟁 반대 핵무기 반대', '더 이상 피폭자 안된다'라고 쓴 플래카드에다 손에 손에 작은 횃불을 들고 오슬로 거리를 행진했다.
우리나라 한강의 문학상 수상 소식에다 국내의 엄청난 정치적 회오리 때문에 평화상 수상 소식은 국내 언론에 그리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는 큰 의미가 있는 수상이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 발표된 2000년 10월 13일 시상식장에서 수상자 발표 장면을 곧바로 서울에 타전했고, 몇 년 전 오슬로의 이 거리를 다시 방문해 시상식장을 관광으로 돌아본 추억이 있어 이들의 수상과 활동상이 낯익고 반가웠다.
그보다는 요즘 전쟁의 광기가 다시 지구촌을 휘몰고 있고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 온갖 무기와 새로운 방법으로 서로 파괴에 열중하며 핵무기를 쓸 것처럼 위협하는 이런 2024년 연말에 핵 피폭 피해자들인 이들이 평화상을 받은 것은 역대급으로 시의적절한 시상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원자탄 투하에 따른 피해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일본이 거론되는 것은 일본은 나라나 국민들이나 그들이 폭탄의 피해자라는 입장만을 내세울 뿐 그러한 무기를 쓰도록 한 전쟁의 도발책임에 대해서는 끝내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이번 평화상 시상에 즈음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외무성은 성명을 통해 오랫동안 핵병기의 철폐와 핵폭탄 피폭의 실상에 대한 이해촉진에 진력해 온 이 단체의 수상은 아주 의미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은 유일한 핵전쟁 피해국으로서 핵병기가 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주도해야 하는 역사적인 사명을 지고 있기에, 핵병기가 없는 세계를 향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조처들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며, 핵 군축을 향한 모든 활동의 원점으로서 이 피해자단체와 피해자들과 손을 잡고 나아갈 것을 결의한다고 통상적 화법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발표를 했다.
일본은 적어도 이런 수상을 계기로 피폭 피해자들이 생긴 데 대한 원천적인 책임을 밝히고 국제사회에 이런 피해자들을 만드는 전쟁을 일으키지 말도록 권유하는 메시지를 내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또 국제적으로 보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산하면서 서로 더 강력한 무기를 쓰겠다는 위협을 했고 북한의 파병과 우리 정부의 이에 대한 대응 문제 등으로 남북한 간의 긴장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져 이러다 국지전이라도 핵이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우리나라에서도 높아졌었지만, 중동이 휴전에 들어가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휴전에 들어갈 기미를 보여 우리들의 불안은 조금 가라앉은 상황이다.
어떻든 우리가 동맹국과의 관계나 국내적 정치 상황의 모면을 위해 전쟁에 끌려들어 가는 것은 해서는 안될 것임은 자명하다고 하면 전쟁이 끝난 지 근 80년이 지난 아직도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피폭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전쟁의 빌미를 만들거나 전쟁에 유혹을 느껴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