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오너 2세' 경영 시동···체질개선 시도

2025-02-24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오너2세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신약개발 및 신사업투자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내달 부로 임기가 끝나는 최용주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42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전문경영인인 최 대표의 퇴임이 확정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너 2세인 최지현·조규석 사장이 부친처럼 공동 경영 체제를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동갑내기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 창업해 2021년까지 경영을 이끌어 왔다. 조 사장은 조 회장의 장남이고, 최 사장은 최 회장의 장녀다.

특히 이들은 삼진제약 임원 인사에서 나란히 승진을 해온 바 있어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창업주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을 당시 전무였던 조 사장과 최 사장은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1월 함께 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2023년에는 둘 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돼 이사회에 합류한 바 있다.

일찍부터 세대교체 작업에 들어갔던 터라 오너 2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에도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이들이 공동 경영에 나설 경우 삼진제약은 최 대표가 일궈낸 외형확장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등 차기 먹거리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3000억원을 넘겼다. 개별 기준 매출액은 3084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22억원으로 같은 기간 57.3%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115.1% 증가한 407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회사는 항암제를 중심으로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1년 마곡연구센터 준공 이후 개방형 혁신 전략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항체 신약 개발 전문기업 에이피트바이오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2023년엔 국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아론티어'와 AI 기반 면역 항암제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해 8월엔 탈모치료제 전문 연구개발 기업 '에피바이오텍'과 'ADC 및 유전자 치료제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2022년에는 경구용 치매 치료제 개발사 아리바이오와 기술협력 동맹을 맺고 후보물질'AR1001'의 한국 임상 3상을 공동 진행 중이다. 그해 삼진제약은 R&D 전문가인 이수민 연구소장을 영입한 바 있는데, 작년 말 전무 승진을 단행하며 신약개발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11월 원덕권 단독 대표 체제에서 오너 2세인 어진 대표(부회장)와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하고, 올해 1월 박인철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어진-박인철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했다.

원 전 대표는 안국약품의 첫 전문경영인이다. 실적 선방 등의 성과를 냈지만 치열해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대응하기 위해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으로는 어 부회장이 미래 동력이 될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고, 박 신임 대표가 회사 경영 등 전반을 관리할 방침이다.

현재 회사는 '토탈헬스케어를 통한 사업다각화'를 포함한 '안국약품 2030 뉴비전'을 추진 중이다. THC 사업부는 기존 B2B 사업에서 B2C사업으로 확장하며 다각도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대표가 최근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있어 사실상 2세 승계를 본격화한 모습이다.

서 대표는 셀트리온 연구원으로 시작해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3년 말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통합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고, 작년 3월엔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처음 주총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서 회장과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신약 등 신사업 관련 계획들을 중점적으로 밝히며 체질개선 의지를 보이는 중이다.

서 대표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신약 파이프라인과 후속 바이오시밀러 개발 상황을 공개했고, 지난달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의 구체적인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해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다중항체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29년 첫 제품 상업화를 목표로 ADC 신약 3종, 다중항체 신약 3종을 선정한 상태다. 이 중 ADC 항암 신약 'CT-P70'은 글로벌 임상 1상 진행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회사는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발판으로 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 사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많은 기업이 신약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다만 신약처럼 불확실성이 큰 사업은 오너가 힘을 줘야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전문경영인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오너 경영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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