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에도 주가 정체…장기 성장 전략 부재
배당만으로 한계…“근본적 주주가치 제고해야”
4세 승계·보수적 경영…시장 소통·신사업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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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의 지주사 GS가 지난해 배당금을 늘렸지만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배당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으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GS가 주당배당금(DPS)을 상향했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 마련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S는 지난 11일 2024년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7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도 배당금(주당 2500원) 대비 200원 증가한 수준으로 배당금 총액은 2557억원 규모다. 보통주의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7.0%로 책정됐다.
자회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GS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1조5787억원 대비 46.6% 줄어든 8428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회사는 주당배당금을 2700원으로 상향하며 배당 확대 전략을 이어갔다.
이는 GS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어서다. GS는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최근 3개년 평균 별도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을 배당 기준으로 삼았으나 2023년부터 ‘3개년 평균’이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다만 이러한 배당 정책은 대주주(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지분을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가 가장 큰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현재 GS의 최대주주인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GS 지분 53.3%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배당을 축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아쉬운 실적과 맞물리면서 고배당 효과는 시장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GS는 배당 계획을 발표한 지난 11일 주가가 4.06% 오른 3만9700원으로 마감했지만 이후 뚜렷한 반등 없이 4만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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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GS리테일의 인적분할이 기업가치 상승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GS리테일은 작년 6월 호텔 사업 부문인 파르나스를 인적분할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했으나 실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GS리테일은 사업구조가 복잡해 저평가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분할 이후 기업가치는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인적분할 발표일인 지난해 6월 3일 GS리테일의 시가총액은 2조3823억원이었지만 이날 현재 GS리테일과 GS피앤엘의 합산 시가총액은 1조7700억원 수준으로 약 25%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할이 기업가치 상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활성화, 주주 소통 등에 초점을 맞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GS 측은 “현재 밸류업과 관련한 공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주가 하락 요인은 분할 이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이라며 “GS도 자회사 주가 하락과 함께 올해 연간 수익 하향이 예상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GS가 보다 과감한 성장 전략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GS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만 의존할 경우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는 석유화학, 에너지, 건설, 유통 등 전통적인 산업군에서 강점을 가졌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부족한 편”이라며 “보수적인 경영 문화와 4세 승계 이슈 등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보다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