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케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이 활로를 찾아 인도로 향하고 있다. 인도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 확대가 중소기업들의 ‘인도행’에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부품 전문 기업 모티브링크는 올해 6월초 인도 현지 로컬 자동차 완성업체(OEM) 등 글로벌 OEM과 전기차 전동화 전력변환시스템의 핵심 부품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한 모티브링크 대표는 “인도에서 수주를 받은 상황을 감안해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올해 공장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말부터 수주 받은 부품에 대한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티브링크는 현지 패스너 전문 제조사인 인도 상장사 ‘스털링툴스’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인도 첸나이 지역에 신공장 착공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차량용 카메라를 생산하는 엠씨넥스도 올 하반기 인도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뜰 예정이다. 글로벌 전자부품 전문기업 솔루엠 역시 지난 5월 인도에서 제2공장 착공식을 열며 자동차 부품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차량용 부품 등 공작기계 분야 국내 1위 기업 DN솔루션즈도 올해 벵갈루루 국제공항 인근 ITIR 산업단지의 10만㎡(3만평) 규모 부지에 신공장 등을 착공할 방침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이 인도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주목하는 배경에는 인도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가 있다. 또한 막강한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약진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점도 인도 진출을 이끄는 한 요인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인구 10억 명을 넘는 거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인도의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11만 4000대로 2015년 650대에서 연평균 78% 성장했다. 이는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66%)과 한국(53%)보다 빠른 수치다.
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OEM들이 인도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현지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인도 현지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완성차와 전기차 핵심 부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설정해 놓은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와 판매 증진을 위해 부품 중소기업들이 현지 생산 능력을 더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