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기자수첩-사회]

2024-09-29

보궐선거 투표율, 전국단위 선거보다 항상 낮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무관심으로 투표 저조 우려

기회가 왔어도 무관심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10·16 재보궐선거의 후보자등록기간이 끝나고 곧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다. 재보궐선거의 의미는 저마다의 사유로 공직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증명된 사람들을 대체해, 새로운 인물로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보궐선거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낮은 투표율이다.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투표율을 살펴보면 2017년 대선 77.2%, 2020년 총선 66.2%, 2022년 대선 77.1%, 2024년 총선 67%로 전국단위 선거는 모두 65%가 넘는 투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2021년 재보선 55.5%, 2022년 재보선 55.6%로 재보궐선거에서는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율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에 서울지역에서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만 유일하게 실시된다. 의회나 지자체장과 관련된 선거가 없다보니 서울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없는 가정의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 더욱 무관심한 경향이 강하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 자녀의 교육이 끝났다고 해서, 나에게는 자녀가 없다고 해서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은 몇 년 뒤면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할 새로운 사회인이 될 이들이다.

더구나 저출생으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의 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의 성인들보다 몇 배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학생 시절에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가치관을 정립하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판단하는데에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해묵은 '보수vs진보' 이념 대결이 아니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서울시 교육예산을 '정직한' 사람에게 맡길지, 아니면 '위선적인' 사람에게 맡길지의 현실적 문제다.

물론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판단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언행일치'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권이 아무리 추락했다고 해도 교사들은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속칭 '내로남불'의 속성을 가진 사람은 교육자로서 절대적으로 부적절한 인물이다.

이번 보궐선거의 사유를 제공한 조희연 전 교육감 역시 '언행불일치'로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다. 특목고·자사고가 교육 불평등을 유발한다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본인의 두 아들은 모두 특목고인 외국어고등학교로 진학시켰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양반제 폐지 주장은 양반이 해야 한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자기합리화에 바빴던 인물이기도 하다.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하나의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역시 "악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악을 보고서도 방관하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위험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로남불' 교육감 조희연의 10년이 지나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어도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방관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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