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는 흉통' 망설이지 마라…겨울철 가장 치명적인 '이 병'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심근경색이다. 추운 날씨에 갑자기 가슴이 쥐어짜는 듯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면 단순한 몸살이나 소화불량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심근경색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119를 부르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좋은 선택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나래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겨울철에 주의해야할 심근경색에 대해 정리했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다. 혈류가 차단되면 심장 근육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손상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근 괴사가 진행된다.

주요 원인은 동맥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 물질이 쌓여 생기는 죽상동맥경화증이다. 이로 인해 형성된 플라크가 파열되면 혈전이 만들어지고, 관상동맥을 막아 심근경색으로 이어진다.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남성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의 심뇌혈관질환 통계에 따르면 2022년의 경우 남성의 발생 건수(2만5944건)으로 여성(9025건)의 약 2.8배에 달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68.2건인데, 80세 이상 고령층은 327.5건으로 전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 위험이 커져 고령층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다. 환자들은 “가슴을 강하게 눌러오는 느낌”, “숨이 막히는 듯한 통증”으로 표현한다. 통증은 가슴 중앙에서 시작해 어깨나 팔, 턱으로 퍼지는 방사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이 나타날 수 있다. 활동을 멈추면 5분 이내 사라지는 협심증과 달리, 심근경색의 흉통은 30분 이상 지속되고 휴식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심부전이나 돌연사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겨울철에 심근경색이 늘어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과 맥박이 상승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은 더 빠르고 강하게 뛰어야 해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혈액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쉽게 생기고, 활동량 감소와 체중 증가, 과식ㆍ과음, 수면 부족 등 겨울철 생활습관 변화까지 겹치면 위험은 배가된다.

심근경색이 의심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증상 발생 후 가능한 한 빨리 막힌 혈관을 열어야 심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이나 식은땀, 구토가 나타난다면 스스로 운전해 병원에 가기보다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병원에 도착하면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항혈소판제 투여 등 초기 처치가 즉시 이뤄진다.

급성기 치료의 핵심은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 혈류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가장 흔한 방법은 관상동맥 중재술, 이른바 스텐트 시술이다. 손목이나 대퇴부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넣어 좁아진 부위를 넓힌 뒤 금속망 형태의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를 확보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여러 혈관이 동시에 막혔거나 주요 혈관의 협착이 심한 경우에는 관상동맥 우회술이 필요할 수 있다.

"추운 날씨 무리한 새벽 운동 오히려 위험"

치료 이후에는 재발을 막기 위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혈소판제와 콜레스테롤 강하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복용해야 하며, 혈압ㆍ혈당ㆍ콜레스테롤 관리와 체중 조절이 필수다. 흡연은 혈관을 손상시키고 혈전 형성을 촉진하는 만큼 반드시 끊어야 한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한파 속 무리한 새벽 운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ㆍ당뇨병ㆍ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정기검진과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해 겨울철 심근경색 위험을 낮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