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비자는 이미 합리적인 소비로 전환했다

2025-05-13

과거를 이해하면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대략 5년 전만 해도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 화두는 디지털전환(DX)이었다. 팬데믹으로 공급체계가 붕괴되면서 무인·자동화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강국인 대한민국에게 DX는 도약의 기회였다. 국내 대표 시스템통합(SI) 대기업이 선제적으로 DX 사업을 선보였고, 국내 제조업 기업도 이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기존 공장이 스마트팩토리로 거듭났다.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결합한 스마트팩토리는 DX 상징으로 남았다.

최근 1~2년간 각 분야 선도 기업의 신년사에는 인공지능 전환(AX)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이동통신 3사부터 유통회사, 여행사, 공기업, 지방자치단체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업무 효율 향상, 비용 절감, 고객 가치 상승 등을 AX 필요성으로 들었다.

DX가 제조·생산 분야 혁신을 촉진한 솔루션이라면, AX는 빅데이터 학습과 응용을 통한 초개인화로 고객 가치를 높인 기술 혁신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유료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소비자 패턴을 분석해 유익하고 필요한 정보를 맞춤으로 제공한다. 쇼핑, 교육, 모빌리티, 스포츠 등 산업에서도 AX로 서비스 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해 산업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팔릴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나의 삶을 즐겁고 편리하게 해줄 것이 분명해도, 수용할 수 없는 비용이라면 시장에서 사장된다.

AX 성공 기업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렌털·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핵심 상품은 모두 렌털·구독 형태로 제공한다. 고객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사용 효과는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법이다.

한국도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제조·판매 회사를 중심으로 렌털전환(RX)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가전구독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했고, 삼성전자는 AI 구독클럽을 론칭했다.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이들 기업은 렌털·구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주차솔루션 1위 기업인 아이파킹은 RX로 흑자전환까지 달성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주차솔루션 구축을 월 36만5000원 구독모델로 선보이며 오피스빌딩과 아파트 단지 부담을 크게 줄였다. 아이파킹 입장에선 지속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키오스크·스마트자판기·테이블오더·서빙로봇 등 무인기기 제품군에도 RX 관심이 높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매장 필수 설비를 구독형으로 제공해 가맹점주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성장 동력을 이어가고, 가맹점주는 돈을 벌면서 비용을 낼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렌털전환은 부가산업도 창출한다. 상품을 생산·매입한 후 고객에게 대여해 수익을 올리는 렌털·구독사업 특성상 운영자금 융통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산유동화담보부대출(ABL)과 매출채권팩토링 등 렌털금융 서비스가 창출된다. 제조·판매 강소기업은 렌털 서비스 도입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금융권은 다양한 투자처를 확보하는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필자가 창업한 회사처럼 렌털업무 솔루션과 렌털금융을 아우르며 RX를 돕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렌털전환 방법을 몰라서 시간을 흘려보냈던 경쟁력 있는 제조·판매 중견기업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RX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며 우리는 DX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였고, AX로 운영 효율과 고객 서비스 가치는 획기적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제조와 기술 혁신을 넘어 판로를 확장하는 RX로 사고를 전환할 때가 왔다. 소비자는 이미 합리적인 소비 패턴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신상용 프리핀스 대표 frefins@fref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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