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출신으로 한국 남자 테니스를 대표하는 태극마크를 단 헤라르드 캄파냐 리(404위)는 지난 시즌 자신이 선호하는 클레이코트 대회에만 출전했다. 그러나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이를 의식해 캄파냐 리는 올해부터 하드코트 대회 출전 비중을 크게 늘렀다. 그리고 국내팬들 앞에서 뜻깊은 하드코트 대회 승리를 따냈다.
캄파냐 리는 지난 15일 부산 스포원 테니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비트로 부산오픈 챌린저대회(총상금 20만달러) 단식 1회전에서 대회 4번 시드 스쿨게이트(120위·호주)를 2-1(6-4 3-6 6-3)으로 물리쳤다. 강한 바람 속에서 상위 랭커인 스쿨게이트를 제압한 캄파냐 리는 경기 뒤 “경기할 때 상대 선수 랭킹은 신경 안 쓰면서 내가 하던대로 하려고 했다. 매 포인트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폴란드 슈체친 대회(클레이코트) 이후 챌린저급 대회 본선 첫 승리였다. 하드코트에서 열린 챌린저 대회에서는 통산 첫 승리라는 점에서 특별함이 더한다. “(하드코트에서 열린)올 초 데이비스컵 출전 때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했다”는 캄파냐 리는 “향후 첫 서브의 파워와 성공률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특히 하드코트에서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4년 10일1일 생인 캄파냐 리는 스페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주니어 시절 세계 랭킹 3위까지 찍은 캄파냐 리는 프로 전향을 앞두고 “스페인도 좋지만 어릴 적부터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뛰는 꿈을 꿔왔다”고 말해 단숨에 한국 남자 테니스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는 “병역 문제도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어머니와 이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얘기를 했고 나는 한국을 택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리고 캄파냐 리는 지난 2월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한국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꿈을 이뤘다. 그는 첫 대표팀 경험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동료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이 편하게 해줘 잘 할 수 있었다. 책임감도 커지고, 부담감도 크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캄파냐 리는 2023년 프로로 전향한 뒤 ITF 안성대회(M25)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우승이 없다. 랭킹을 끌어올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한 캄파냐 리는 “주최측에서 와일드카드 출전 기회를 줘 감사하다.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적을 내고자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7세 때부터 수원에 계시는 외할머니를 몇 차례 찾았다는 그는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드러내왔다. 현재는 한국 이름도 고민 중에 있다. 캄파냐 리는 “지금 이름이 너무 길어 생각 중이다. 대표팀에서 남지성 선수는 ‘라드’로 부른다”고 밝혔다. 한국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캄파냐 리는 “순대국, 돼지국밥 등 대체로 다 좋아한다. 스페인과 다르게 한국 식당에서는 기본 반찬을 많이 주니까 계속 먹는다. 국물을 좋아하는데 선지국도 좋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