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알림을 받지 않습니다”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69)은 “제가 받는 알림은 아이들에게 온 것뿐”이라며 “낮에 문자를 보내도 아마 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건물 안에 돌아다니거나 회의에 참석할 때도 휴대전화를 들고 가지 않는다고 했다. 다이먼은 “회의에 참석할 때는 사전에 자료를 읽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회의 중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그 이야기를 하는지에 100% 집중한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2006년부터 JP모건체이스를 이끌며 미국 최대 은행으로 키워낸 인물로 ‘월가의 황제’ ‘월가의 태양신’으로 불린다. 경제·금융 분야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만큼이나 직설적인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휴대폰 사용 철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앞서 지난 10월 경제잡지 포춘이 주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서밋’에서도 “회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무례하고 시간 낭비”라며 “만약 앞에 아이패드가 있고 이메일을 읽거나 알림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면, ‘당장 그 빌어먹을 것을 닫으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이먼 등의 사례를 인용하며 “회의 중 직원들의 문자 확인이나 노트북 사용에 분노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집중력 자체가 경제적 자원으로 간주되는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다. 하지만 정보 과잉 탓에 과거보다 집중력·효율성이 떨어지는 ‘연결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최근 “너무 많은 직원이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확인하느라 회의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적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공감했다. 체스키는 “저도 문자를 보내지만, 사람들이 내 문자를 보고 문자를 보낸다”며 디지털 상호 의존이 만든 악순환을 지적했다. UC헬스 등 일부 업체는 회의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비공개로 바꾸고,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꺼낼 때마다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인적자본회사 UKG는 “최소한 회의 중에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으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특정 시간에 메신저나 회의를 중단하는 ‘딥 워크(Deep Work)’나 집중근무 시간을 두는 기업들도 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지시로 “아이디어는 꺼내고 휴대폰은 넣어두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잘못된 모바일 매너가 업무 집중도와 효율을 떨어뜨린다”며 “휴대폰 만드는 회사에서부터 휴대폰과 관련 매너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방해(digital distraction)’와 주의력 분산이 국가 경제 차원의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클라우드업체 드롭박스와 글로벌 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임팩트에 따르면, 지식 근로자의 집중력 저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2조5200억 달러(약 3600조원), 한국은 약 1050억 달러(약 1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웰빙 전문가 아나스타샤 데듀키나는 CNBC에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면 친구와 동료와의 대화 품질이 떨어진다”며 “관리자와 동료들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하버드대 앨리슨 우드 브룩스 부교수는 “집중하면 더 똑똑하고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며 “후속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고 반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단독]금융위, 삼성생명 ‘일탈회계’ 간담회 갑자기 취소···참석자 구성 불공정 지적](https://img.khan.co.kr/news/2025/11/10/news-p.v1.20250905.d9f1818727264d609e4d7526c5d847ad_P1.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