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명 '나비 표본' 120여점 90년 만에 일본서 귀환

2024-09-24

국립생물자원관,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에서 기증 받아

1943~1945년 경성제대 제주시험장 근무하며 나비 채집

제주 동·식물은 물론 방언과 지리 등 다양한 저서 남겨

곤충연구의 선구자 석주명 선생의 곤충 표본 120여점이 9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한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5일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학교로부터 ‘나비 박사’라 불리는 석주명 선생이 1930~194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곤충표본 120여점을 기증받는다고 24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3월 일본 규슈대 연구실에 소장된 석주명의 표본을 확인했다. 이어 대학 측에 여러 차례 그의 표본이 국내 곤충학계에 차지하는 의미와 기증의 필요성을 설득해 마침내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

이번에 발견한 120여점의 나비 표본은 당시 일본의 곤충학자와 교류가 있었던 석주명이 기증 또는 교환 등의 형태로 규슈대 연구실에 전달한 것이 지금까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1930년대 초부터 사망한 1950년까지 75만 마리의 나비를 채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국립과학관에 보관돼 있던 석주명의 나비 표본 15만여 점은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소실됐고, 그의 여동생인 석주선이 기증한 32점의 나비 표본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고, 이 표본들은 국가등록문화재 610호로 지정됐다.

석주명 선생은 본격적인 나비 연구를 위해 영천동에 있는 경성제대 제주도시험장(현 제주대 아열대농업연구소)에서 1943년 3월부터 1945년 5월까지 2년1개월 동안 촉탁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9년 석주명 포럼 당시 제주를 찾은 외동딸 석윤희씨는 “아버지는 하루에 5시간만 잠을 자면서 연구에 매진했다”며 “나비를 채집하러 집을 나가면 몇 달 후에나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논문 한 줄을 쓰려고 나비 3만 마리를 만졌다’는 그는 제주산 나비류 58종을 학계에 보고했다.

그는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회 의뢰로 1939년 ‘조선산 접류 목록’을 출간하면서 세계적인 학자 반열에 올랐다.

석 선생은 한국산 나비를 248종으로 정리하고 동종이명(같은 종에 붙은 다른 이름) 844개를 제거했다.

석주명 선생은 제주에 머물면서 제주도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1949), 제주도 관계문헌집(1949) 등 동·식물은 물론 방언과 지리, 인문학을 아우르며 다방면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가 ‘제주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유다.

한편, 서귀포시 토평동사거리에는 석주명 흉상과 공원이 조성돼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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