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다’라는 뜻을 가진다. 혹은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그래서 가장 친밀한 관계라고도 한다.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부터 관계를 맺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리는 세상의 소리를 들으며 태아는 세상에 반응하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한다. 태아는 세상의 소리에 반응하며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듯 인간은 사회 안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이루어가며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답게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한 범죄자들에게 자유롭게 관계를 맺지 못하는 장소로 사회와 단절시키는 듯하다.
정이와 댄스프로젝트의 대표이자 안무가인 정이와 교수는 지난 11월 1일~2일 포스트극장에서 발표한 ‘관계성(Relationscapes)’은 ‘관계(relation)’와 ‘풍경(scapes)’을 붙인 단어로 사용한 것이고,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형성하는 방식을 관계적이고 역동적인 관점에서 탐구한다는 의도로 사용했다. 그래서 ‘관계성’, ‘움직임’이라는 열쇠말을 가지고 몸, 사물, 자연, 시간과 공간 등이 상호 작용하고 공동 창조하는 모습(움직임)들을 마치 풍경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하였다.
공연은 자연이 담긴 영상에서 시작한다. 하늘과 바다, 바람, 들판 등 가을의 모습을 흐드러지게 담아 보이면서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공간들에 대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무엇인가에 갇혀있듯이 투명한 공과 사투를 벌인다. 숨 쉬는 공간에서 마치 숨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좁은 바위를 표현 한 장면에서 정이와 안무가는 좁은 바위 속에 들어간 사람처럼 영상으로 미리 담은 움직임을 보인다. 속을 알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좁은 관계들을 맺어가고 있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억누르며 바위의 좁은 공간에서 몸부림치듯 세상의 전부인 듯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조명 속에서 홀로 춤을 추는 정이와 안무가의 춤사위에서 알 수 없는 울컥함이 밀려 들어왔다. 내가 이 좁은 세상이 전부인양 순응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외로운 존재임을 고백하는 것 같아 감정이 이입되어 나도 모르는 깊은 한숨과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참 묘하게도 단 두 명의 무용수만 움직이는 작은 극장의 공간에서 영상의 장면을 실제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실제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1시간 남짓 이어가는 작품 속에서 한숨과 눈물을 지으며 내뱉은 나의 깊은 탄식은 어느새 내 마음을 정화시키고 알 수 없는 여운을 주었다.
나의 관계들에서 오는 상처들을 방치된 채로 겹겹이 쌓여가던 중 작품을 보며 나는 비극적인 내 모습과 직면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숨과 눈물의 탄식은 예술로 치유받고 정화되었던 것이다. 이것을 카타르시스(catharsis)라고 한다. 이날 관계 속에서 지친 마음들을 예술로 위로 받았던 것이다.
전통과 창작을 주제로 선보인 이번 포스트극장의 기획공연에서 정이와 안무가는 영상과 기술융합을 시도하여 현대적이지만 인간 뇌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철학적이고 통찰력 있는 주제를 현대 발레의 창작 작품을 선보였다. 소품과 무대 공간을 다른 시선과 관점을 해석하는 정이와 안무가는 이번 작품에서 영상을 활용하여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활용할 것인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