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셋 성능이 향상되면서 다음 단계의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애플이 자사 모든 제품의 운영체제에 적용할 새로운 디자인을 들고 나왔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매끈한 질감을 특징 삼았다. ‘애플’이라는 제품 브랜드에 통일성을 부여하면서, 자사 기기를 쓰는 이들의 사용자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다만, 기대했던 신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9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애플 연례 개발자 행사 WWDC 2025 기조연설에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부사장(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부문)은 자사 제품 전용 운영체제 iOS, watchOS, tvOS, macOS, visionOS, iPadOS의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앞서 알려진 내용과 같이, 신규 운영체제 버전은 애플 회계연도를 반영해 26으로 통일한다고도 공개했다.
애플은 이날부터 13일까지 WWDC 2025를 열고 자사 제품에 적용할 신규 운영체제, 새로운 기능, 개발 관련 발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업데이트로 모든 운영체제에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 ‘리퀴드 글래스’를 적용한다. 애플은 “칩셋 성능이 향상되면서 다음 단계의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디자인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리퀴드 글래스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매끈한 질감이 특징으로, 잠금화면, 홈화면, 앱 아이콘, 도크, 툴바, 버튼 등 거의 모든 디자인 요소에 반영한다. 앱 아이콘을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 기조로 통일할 수 있으며, 버튼이나 툴바는 뒤에 오는 배경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인식해 실시간으로 라이트 모드와 다크 모드를 전환한다.
WWDC 첫날 기조연설에서 애플이 발표한 운영체제별 주요 변동 사항은 다음과 같다.

iOS 26
전화 앱은 즐겨찾기와 최근 기록을 한 화면에 통합했다. 최근 기록에서는 AI가 통화 내용을 요약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에 실시간 음성 메시지를 토대로 자동 응답을 보내는 ‘통화 스크리닝’ 기능이 추가됐다.
메시지 앱에는 배경 화면 변경 기능이 추가되며,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가 안 보이게 필터링할 수 있다. 그룹 대화에서는 AI가 대화 내용을 인식해 적합한 투표를 생성하거나 더치페이를 위한 정산 기능을 제안하기도 한다.
전화, 페이스타임, 메시지 앱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적용된다. 전화와 페이스타임에서 기능을 활성화하면 화면에 번역 결과가 자막처럼 나타난다. 메시지 앱에서는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원하는 언어로 바로 번역하는 버튼이 추가된다.
AI가 이미지를 분석,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하고 3D로 변환할 수 있다. 이렇게 변환한 3D 이미지는 사진 앱에서 감상하거나 아이폰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라이브 배경 화면으로 적용할 수 있다.
사파리 브라우저는 전체 화면을 지원해 더 많은 내용을 표시할 수 있다. 이때 주소 표시줄이나 각종 버튼은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이 적용돼 반투명한 팝업 버튼 형태로 나타난다.
애플 지갑은 자동차 키를 지원한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에 내장한 자동차 키로 차량의 잠금을 해제하거나 시동을 거는 게 가능해진다. 애플은 자동차 키가 20개 제조사를 지원하며, 13개 제조사를 조만간 추가 지원하겠다고 알렸다.
이외에 애플 지갑에는 항공권을 인식해 탑승 게이트 위치와 비행 현황 등을 알려주는 기능, 주문 내역과 관련된 이메일을 인식해 배송 상태를 조회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구글 렌즈나 삼성의 서클 투 서치와 유사한 기능도 선보였다. 비주얼 인텔리전스는 AI가 아이폰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기능으로, 카메라로 비춘 물건이나 아이폰 화면에 나타난 사물을 인식해 관련 정보를 찾는다.
스크린샷을 촬영하면 하단에 질문 버튼과 이미지 검색 버튼이 나타난다. 질문 버튼을 누르면 스크린샷에 포함된 내용과 관련한 내용을 챗GPT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이미지 검색 버튼은 화면 속 내용을 구글이나 자주 사용하는 앱으로 검색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iPadOS 26
아이패드 전 시리즈에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이 적용된다. 잠금화면, 홈화면, 아이콘, 위젯, 도크 등 대부분의 요소에 유리 같은 광택과 투명도가 구현된다.
전화, 메시지, 애플 게임, AI 기반 실시간 통역과 단축어 등 위에서 소개했던 변경 사항이 아이패드에도 반영된다.

이외에 아이패드만의 특징을 살린 기능도 여럿 소개했다. 앱 실행 시 우측 하단에 크기 조절 버튼이 생성되며, 이를 드래그하면 창 모드가 활성화된다. 이 상태에서 실행하는 앱은 모두 창 모드로 나타나며, 외부 액세서리 연결 시 마우스 커서를 이용할 수 있다. 화면 상단에는 맥과 유사한 메뉴 바가 추가된다.
파일 앱에는 확장자에 따라 기본으로 실행할 앱을 지정하는 기능, macOS 26과 같은 폴더 커스텀 기능이 추가된다. 한편 영상 인코딩처럼 오래 걸리는 작업을 백그라운드에서 동작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macOS 26
신규 맥 운영체제 ‘타호(Tahoe)’는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을 아이콘, 위젯, 도크, 사이드바 등 다방면에 적용했다. 또한 상단 메뉴 바가 투명해져 화면이 더욱 커진 느낌을 준다.
타호는 메시지 배경화면이나 실시간 통역 등 iOS 26에서 소개했던 기능을 다수 차용했다. 또한 폴더 색상 변경과 이모지 추가 기능이 적용돼 폴더가 여러 개 있을 때 구별하기 편리해졌다. 이외에 단축어와 스포트라이트 기능을 개선해 사용자의 작업 효율을 향상시켰다.

watchOS 26
애플워치에는 ‘워크아웃 버디(Workout Buddy)’라는 운동 특화형 개인 비서 기능이 추가된다.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와 기록을 통합해 운동하는 동안 목표 달성까지 얼마나 남았다는 등의 맞춤형 동기 부여 메시지를 음성으로 들려준다. 운동 중 어울리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추천하는 기능도 도입한다.
이외에 애플워치의 스마트 스택, 메시지, 알림 관리 기능을 개선했으며 메모 앱이 새로 추가됐다고 애플은 밝혔다.

tvOS 26
애플TV의 주요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리퀴드 글래스 기반으로 변경된다. 유리 질감의 버튼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레이아웃이 콘텐츠 감상을 방해하는 정도가 줄었다.

visionOS 26
공간형 위젯을 구현해 사용자가 지정한 장소에 위젯을 가상 가구처럼 고정시킬 수 있다. 집안 벽에 시계, 날씨, 애플 뮤직, 사진 위젯을 띄우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개발자는 위젯킷(WidgetKit)을 활용해 비전 프로용 위젯을 직접 만들 수 있다.
iOS에서 선보인 3D 변환 기능과 같은 공간 장면 기능을 도입했다. 생성형 AI가 2D 이미지를 분석해 3D 공간을 구현한다.
외부 액세서리 호환성도 늘었다. 로지텍 뮤즈 펜을 통해 공간에 그림을 그리거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VR2 센스 컨트롤러를 페어링해 게임을 조작할 수 있다.
이외에 여러 비전 프로에서 같은 장면을 보는 화면 공유, 비전 프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때 활성화하는 게스트 모드가 추가됐다.

애플은 개발자가 자신의 앱에 신규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일부 기능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주요 API로는 ▲실시간 통역 ▲비주얼 인텔리전스 ▲애플TV 계정에 서드파티 앱 자동 로그인 연결 ▲아이패드의 백그라운드 작업 등이 있다.
앱 아이콘에 ‘레이어’ 개념이 반영돼,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이 지원하는 라이트·다크·글래스 모드에서 아이콘 내 여러 요소가 어떤 색과 투명도를 표현할지 개발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앱 개발 환경 엑스코드(Xcode)에 오픈AI의 챗GPT를 통합해 코드 작성과 테스트, 문서 작성, 오류 해결 등을 AI에 맡길 수 있다고 애플은 소개했다.
애플이 이날 발표한 신규 운영체제의 개발자 베타는 오늘 바로 시작되며, 일반 사용자용 베타 버전은 내달, 정식 버전은 올가을 배포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