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근로자 도운 직원에 보상금
2024년 첫 추진… 예산 13%만 소진
“증명 절차 복잡… 사업주에 부담”
“각종 지원금제도 현장 안착 못 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로자의 업무를 분담한 동료 근로자에게 회사가 보상을 지급할 경우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나 예산 소진율은 13%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저출생 정책으로 확대된 각종 지원금 제도가 기업 현장에 안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된 업무분담지원금은 지난해 6개월간 473개 사업장에 지급됐다. 910명의 근로자가 사용해 목표 인원(5940명) 대비 15.3%만 지원됐고, 예산도 3억2300만원이 쓰여 배정된 예산(24억원)의 13.3%만 소진한 꼴이다. 남은 20억원가량의 예산은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육아휴직 지원금으로 쓰였다.

분담지원금은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쓸 때 동료가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반영돼 만들어졌다. 사업주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30일 이상 허용(주당 10시간 이상)하고, 업무분담 근로자를 지정해 금전적 지원을 하면 정부가 사업주를 지원하는 구조다. 지원금은 단축 근로자 1명당 월 20만원 한도다.
고용부는 저조한 실적에 대해 사업 첫해 홍보 미비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사업주들이 신청할 때 절차가 다소 까다롭다고 느낄 여지도 일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사업주 지원금과 달리 사업주가 업무 분담자 지원 내용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서다.
한편으론 육아를 이유로 업무를 단축하고, 동료가 업무 공백을 메우는 것을 회사 안에서 공식화하기 쉽지 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영아 부모의 육아기 근무환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만2세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중 56.3%는 ‘돌봄지원 제도를 신청하거나 사용할 때 직장상사의 눈치가 보인다’고 밝혔다. ‘돌봄지원 제도 신청·사용 때 동료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은 52.8%에 달했다. ‘돌봄지원제도 신청 및 사용 시 퇴사의 압박이 있다’는 응답도 13.7%였다.
분담지원금 제도는 올해 더 확대됐다. 단축업무뿐 아니라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분담 시에도 지원금이 지급된다. 예산도 14배 가까이 뛴 352억원으로 편성됐다. 목표 인원은 2만4900명이다.
올해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책 홍보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더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근로자들이 ‘눈치’ 대신 ‘돌봄’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도 확대와 함께 기업은 대체인력 확보와 동료 보상에 나서야 하고, 정부와 국회도 정책 홍보와 예산 집행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각종 사업주 지원금의 효과성 점검할 필요도 크다. 강민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원금은 정부가 내놓기에 가장 쉬운 제도지만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경우 인력이 충분치 않아 이런 지원금 제도를 신청하는 일도 일종의 가욋일이 되기에 십상이다. 강 연구위원은 “인사 담당자가 따로 없는 기업은 이런 지원금까지 신청하기 버겁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연구위원은 업무분담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이 적절한지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 근로자를 쓰는 것보다 기존 인력에 업무를 더 주는 게 쉬운 방법인데, 정부가 이를 장려하는 게 맞냐는 의문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가정양립과 관련해 전반적인 사업주 지원금 제도가 이대로 가는 게 맞는지 정부와 연구자들 모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러 제도가 양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그 효과성을 올해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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