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감무소식, 도대체 왜?···우승 프리미엄 따위 없는 냉정한 세계 “FA는 타이밍이다”

2024-12-10

임기영(31)은 KIA의 2017년 우승 선발 투수다. 풀타임 선발로 처음 나간 그해 8승(6패)을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뒤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되면서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KIA에서 양현종 뒷세대 중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고정 선발 투수였던 임기영은 세월이 흘러 이의리와 윤영철 등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선발에서 불펜으로 이동했다. 대활약을 했다. 64경기에 나가 82이닝을 던지고 4승4패 3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 2.96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중간에서 길게도, 짧게도 던지고 마무리가 부상일 때는 마무리로도 던졌다. KIA가 가을야구에 가진 못했지만 임기영은 선발도, 불펜도 다 되는 전천후 투수로 이름을 띄웠다.

그러나 올해 불운이 덮쳤다. 필승조 중 한 명으로 계산되고 있던 임기영은 개막하자마자 2경기 만에 옆구리 근육이 손상돼 두 달이나 던지지 못한 뒤 5월 말에야 1군으로 복귀했다. 그 사이 KIA는 확실한 불펜진이 구축돼 있었다. 좌완 곽도규가 확 성장해 임기영의 빈 자리마저 너끈히 채웠다.

돌아온 임기영은 전처럼 던지지 못했다. 올시즌 37경기에서 45.2이닝을 던져 6승2패 2홀드 평균자책 6.31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 나선 KIA는 장고 끝에 임기영을 엔트리에 넣지 않았다.

시즌 뒤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임기영은 신청서를 제출했다. KIA 필승계투조로 뛰며 우승에 일조한 장현식이 4년 52억원에 LG로 이적하며 전액 보장 역사를 썼지만, 임기영은 현재 FA 시장에 남아 있다.

FA 시장은 말 그대로 ‘시가’로 움직인다. 올해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임기영의 주가는 예상보다 떨어져 있다. 선발도 불펜도 되는 투수이며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매력의 투수라는 점에는 구단들이 동의하지만 FA 영입을 위해서는 선뜻 나서지 않는다.

내야수 서건창(35)은 3년 전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채웠으나 신청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LG 소속이었다.

넥센에서 2014년 프로야구 최초의 200안타를 치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한 서건창은 미래가 보장된 선수였으나 FA 등급제가 생기면서 미래가 꼬이기 시작했다. 키움에서 2021년 연봉을 3억5000만원에서 2억2500만원으로 자진삭감했으나 시즌 중 LG로 트레이드 되면서 이적이 가장 어려운 A등급이 되고 말았다. 그해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서건창은 권리를 포기하고 ‘재수’를 택했다. 그러나 주전 2루수였던 LG에서 밀려나고 백업이 되고 2군으로 가면서 지난 겨울에는 스스로 방출을 요청햇다. LG는 29년 만에 우승했지만 서건창과는 먼 일이었다.

서건창은 KIA의 손을 잡아 올해 다시 야구인생의 꽃을 피우고자 땀흘렸다. 때론 선발로, 때론 교체선수로 94경기에서 타율 0.310(203타수 63안타)를 기록하고 2루수로, 1루수로 활약했다. KIA는 서건창을 내야에서 요긴하게 활용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도 된 서건창은 시즌을 마치고 FA가 됐다. 다시 맞기 어려운 기회임이 분명했기에 서건창은 권리를 행사했다. 그러나 20대 유격수 심우준이 KT에서 한화로 이적한 이후 FA 내야수 이동은 잠잠하다. 젊은 유격수 하주석도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임기영을 두고 많은 이들은 “지난해 나왔으면 대박이었을텐데”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우여곡절을 겪어온 서건창은 ‘역대 가장 FA 복 없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어떤 선수는 단 번에 수십억원대 대형 계약을 맺고, 어떤 선수는 시기를 잘 만나 생각도 못했던 대박 계약을 하기도 한다. 포지션에 따라 시기적으로 귀한 FA가 돼 예상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매겨지는 선수도 있다.

그러나 임기영과 서건창은 소속 팀이 우승을 하고도, 생애 첫 FA 자격을 행사했지만 미지근한 스토브리그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다. ‘FA는 타이밍’이라고 하는 이유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둘은 현재 원소속구단 KIA와 협상 중이다.

지난 5일 구단과 에이전트측이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날은 심재학 단장이 직접 나갔다. 큰 진전은 없었고 심 단장은 이후 타구단 단장들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 나가 있다. 추가 협상은 이번 주 귀국 이후에나 재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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