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상위 기업이 대거 포진한 진단키트 시장에서 이른바 'K-열풍'을 주도한 기업이 있다. 체외진단기기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때 세계 시장에서 시선을 단번에 끈 수젠텍이다.
수젠텍은 2011년 에트리홀딩스 연구소기업으로 창업한 체외진단 전문기업이다. 손미진 대표와 함께 LG화학 연구원 출신 3명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유비쿼터스 바이오칩 리더기 기술'을 이전받아 창업, 국내 최초 디지털 임신·배란 테스트기인 '슈얼리'를 개발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품 승인, 유럽연합(EU) CE 인증에 잇따라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 2016년 11월 연구소기업 최초 코넥스 상장에 이어 2019년 코스닥 이전 상장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
수젠텍은 이를 비롯해 체외진단기기 분야 관련 면역 분석·항체 개발·나노 입자 기술력을 지속해서 쌓아왔다. 회사의 전문가용 현장진단검사시스템 '인클릭스'는 환자 혈액 몇 방울만으로도 3~5분 내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BT-IT 융합기술 집약체로 세계 시장 판도를 바꾼 대표 성과로 꼽힌다.
이외에도 수젠텍은 체외진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콧물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기술, 혈액을 통한 결핵 및 치주질환 진단 기술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여성 질환 진단부터 예방, 케어를 아우르는 통합 여성 헬스케어 플랫폼 또한 수젠텍의 강점이다. 수젠텍이 설립 초기 개발한 슈얼리와 여성 호르몬 진단기 슈얼리 스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수젠텍의 여성 헬스케어 플랫폼은 여성 호르몬, 생체리듬을 반영하는 과학기술 기반 퍼스널케어 솔루션으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손미진 수젠텍 대표
“수젠텍은 과학을 기반으로 시작한 연구소기업입니다. 모두에게 이로운 기술로 인정받고, 글로벌 퍼스트 무버라는 방점을 찍기까지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수젠텍은 공공기술사업화를 통한 연구소기업의 엑시트 사례로 꼽힌다. 손 대표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성장단계별 전 주기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빠른 성장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수젠텍은 ETRI 기술이전으로 설립된 뒤, 같은 달에 연구소기업으로 등록됐다. 이후 총 4회에 걸친 특구육성사업 전 주기 지원을 받으며 성장기반을 다졌다. R&BD(기술사업화) 과제를 시작으로, 주력 제품인 슈얼리 등의 브랜드 개발과 시장진입까지, 사업화의 주요 모멘텀마다 단계별 지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동력은 특구재단이 출자·운영하는 연구개발특구펀드의 40억원 규모 초기 투자금 이었다.
손 대표는 “특구재단의 단계별 지원사업을 전체적인 풀 패키지로 보자면 수젠텍은 전체 사이클을 소화한 셈”이라며 “창업 초기 위크포인트 지원과 더불어 특구재단이 출자에 참여한 펀드를 통한 기술사업화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초기 동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최근 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시장 흐름 변화를 고려해 특구재단의 지원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이제는 단순히 숫자나 성과지표 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 할 수 없는 시대”라며 “특구재단의 2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탄생한 특구 기업들 가치와 방향성을 정리하고, 현재 기술 척도에 맞춘 방향성 제시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딥테크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기획단계부터의 함께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손 대표는 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특구재단이 주요 역할을 하기 위해선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분야를 창업할지를 브레인스토밍 단계부터 함께하는 역할이 필요 할 것”이라며 “특구재단이 창업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역할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