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내리막길, 인정합니다
1978년 대학 입학 때부터 서울에 살기 시작했으니 근 50년이 다 돼 간다. 그때는 강남3구 땅값, 집값이 이렇게 오를 줄 몰랐다.
내가 군대에 가 있을 때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셨는데, 그때 대전 집을 판 돈으로 강남에 아파트를 살 기회도 있었다(물론 사지는 않았다).
역전세난을 겪으면서 부동산을 그간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언젠가 시골로 내려가 살게 된다면 동네 텃밭을 가꾸면서 부업으로 중개업소를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부동산 지식을 쌓으면 친척이나 친구들, 지인들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의식주(衣食住)인데, 주(住)가 바로 부동산이 아닌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어차피 부동산을 피해갈 수 없으니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나의 2024 도전,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은 시험 합격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그렇다면 다음 계획은 뭐냐고?
1920년생으로 올해 105세임에도 건강하고 정정한 김형석 교수는 “65세부터 7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다. 황금기의 초기에 접어든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는 말씀이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나는 신체적으로 내리막길이다. 여기 저기 아프다. 젊었을 땐 몰랐던,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아니 그런 병이 있는 줄도 몰랐던 병들이 번갈아 나를 찾아왔다.
신체 능력도 많이 줄었다. 내가 고3 체력장에서 100m를 15초대에 뛰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군대 3년 동안 사격장에 근무하면서 매일 새벽에 눈뜨면 아침도 먹기 전에 자갈밭 8km를 단독군장으로 구보했다는 것도 꿈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일본의 실버타운 협회가 주최한 센류(川柳) 공모전 입선작을 소개한 글을 어느 기자의 칼럼에서 읽었다. 센류는 5·7·5조의 음율로 이뤄진 정형시로, 짧은 문구 안에 촌철살인의 재치를 곁들이는 것이 묘미인 장르다.
도쿄에 사는 70세 할머니는 이렇게 읊었다.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런데 그 다음 시는 웃기지는 않고 그냥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