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불어나는 몸집 멀어지는 매각

2025-04-14

HMM이 이달 중 전환사채(CB)를 조기 상환하면서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B 리스크가 해소되면 몸집이 불어나고 정부의 지배력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4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HMM의 대주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발행금액 7200억원, 발행 주식 수 1억4400만주 규모의 CB가 이달 중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

이 CB는 지난 2020년 4월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채로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3600억원에 인수했다.

CB의 만기가 25년이 남았지만 HMM이 상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스텝업(Step up)' 조항 때문이다. 스텝업 조항은 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한이 지나면 금리가 가산되는 조항이다.

HMM의 CB는 발행일로부터 5년 동안 이자율이 연 3%지만 6년째에 3%가 가산돼 연 6%가 된다. 7년 차부터는 매년 0.25%씩 추가돼 최대 연 10%까지 금리가 높아진다. 이번 달이면 만 6년째에 접어드는 HMM의 입장에선 연 6% 이자를 부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1년 안에 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한 HMM의 유동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7조9968억원으로 전년 13조1797억원보다 37%가량 늘었다. 또한 작년 영업이익은 3조5128억원, 당기순이익은 3조7821억원을 기록했다. 탄탄한 재무 구조까지 뒷받침되면서 조기 상환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됐다.

다만 CB의 조기상환이 HMM의 매각에 제약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B를 상환하면 HMM의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지만 민영화의 지분 분산 전략과는 역행하는 결과가 나와서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각각 36.02%와 35.67%로 늘어난다. 양사의 총 지분율은 71.69%가 되고 시가 총액은 약 11조3000억원까지 커진다.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이 확대되면 HMM을 매각하려는 투자자로서는 정부의 높은 지배력이 부담으로 다가와 매각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즉 민영화가 목적이지만 공공성만 강화되는 셈이다.

앞서 하림그룹은 지난 2023년 6조4000억원으로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 57.9%와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을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하다 무산됐다.

HMM의 현재 시가 총액은 17조원에 육박해 당시보다 3배 가까이 커진 상황이다. 불어난 HMM의 몸집을 감당할 매각 기업이 나타나지 못하면 HMM의 민영화 계획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HMM의 몸집이 너무 커져 버리면서 HMM을 인수하려면 적어도 삼성전자, LG, SK 정도가 되는 대기업이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이번 CB의 조기상환은 HMM의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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