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간결화로 자기 역할 전념
타석선 ‘좌중간 랩’ 타율 견인
심우준 복귀 뒤 팀 공헌법 다양

질문을 받으면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반박자씩 뜸을 들인다. 그런데 나오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간단 명료하다.
지난 주중 잠실 한화-LG전을 앞두고 훈련 이후 라커룸 앞에 선 하주석(한화)은 어떤 식의 ‘복잡함’이든 최선의 방향으로 ‘단순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요약하자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에만 전력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고 했다.
하주석은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갔지만 1년 총액 1억1000만원이라는 FA와는 사실상 무관한 계약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본인의 일탈로 형성된 시선이 FA 시장에도 녹아든 결과였다. 올해 개막 이후 1군에서 합류하지 못하고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4(47타수 19안타)를 기록하며 마치 신인처럼 본인을 알리는 데 전심을 다한 것도 FA 시장의 연장 흐름 속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13년 전인 2012년 진짜 신인 시절처럼 기회 쟁탈전에서 이겨야하는 싸움부터 해야 했다.
그런데 달라진 건 주변 상황만은 아니다. 지난 5월까지 올해 1군 23경기에만 나선 결과지만 하주석의 야구는 이전과는 달라져 있다.
타율 0.300(79타수 21안타) 볼넷 5개에 희생번트 2개. 2루타 4개를 때렸지만 홈런이 없어 OPS는 0.721로 높지 않다. 그런데 12타점에 11득점을 올리는 등 최근에는 2번타자로 주로 출전하며 결정적인 장면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주석은 “야구장에 나와서 야구 하는 것만 본다. 주변 상황 등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충실히 하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하주석은 13번째 프로 시즌에서 가장 차가워진 가슴으로 야구를 대하고 있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좌타자인 하주석은 과거에도 종종 타석에서 혼잣말로 ‘좌중간’을 반복하는 입모양을 보였는데 최근에도 투수 공을 기다리며 ‘좌중간 랩’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인다.
하주석은 이에 대해 “타석에서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세게 당겨치려는 생각에 오른쪽 어깨가 먼저 열린다. 결과가 대부분 안좋다”며 “의식적으로 좌중간을 보고 타격을 하면서 인플레이타구를 늘리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주석은 지난 31일 현재 21안타 중 좌측과 중앙 방향으로 6개씩, 우측으로 9개를 생산하는 균형도 보이고 있는데 인플레이타구 타율이 0.420에 이를 만큼 타구의 질도 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주석이 출전 기회를 늘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12일 유격수 심우준이 왼쪽 무릎 부위 미세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한 이후다. 심우준은 예상보다 회복이 빨라 이달 초중순 1군 합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심우준 복귀 이후 하주석 활용법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행복한 고민도 시작될 전망이다.
하주석은 데뷔 이후 유격수로 2844타석이나 뛴 전문 유격수지만 2루수로는 73타석, 3루수로는 51타석 출전한 이력이 있다. 다만 센터 내야수와는 타구 질과 풋워크가 다른 3루수로는 지난해 가끔 어려움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