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애니메이션이 유행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근로자 보호 정책은 ‘사용자 찾아 삼만리’란 느낌이 든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책임지는 구조다 보니, 사용자가 없을 경우 길을 잃고 방기되는 경우가 생겨서다.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노동시장에는 양극화와 근로계약의 퇴행이라는 두 가지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근로계약 대신 도급계약 체결이 확산하면서 노동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근로자에 대한 지원, 즉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특별한 자본이나 기술 없이 노동력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는 노무 도급 확산 대책이 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보기술 발전과 어우러져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동력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에서는 ‘노무 제공자’라고 하는데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사용자가 없어 노동환경도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호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는 큰 쟁점 없이 사회적 보호 차원에서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먼저 산재보험을 살펴보자.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 부담으로 보호받고 있다. 노무 제공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되, 그것도 특정 업종에 한해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홍수 때 택배회사와 계약한 배달기사는 보상을 받았으나, 도소매 업종과 계약한 기사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같은 배달 업무를 하지만 두 번째 경우는 의무 적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일하는 사람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치료·재활을 거쳐 직장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노무 제공자든, 자영업자든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보호가 필요하다. 취약계층의 경우 국가가 사용자 역할을 맡아 일정 부분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가문화 등 복지 측면에서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일정 소득 이하의 노무 제공자에게 가칭 ‘근로자 복지 바우처’, 즉 능력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국민 내일 배움 카드’ 방식의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퇴직연금제도인 ‘푸른 씨앗’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에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념을 도입한다면 노무 제공자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용자와 근로자라는 오래된 근로계약의 틀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의 틀을 새로 짤 때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