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는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수장들이 총집합해 ‘눈도장’을 찍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취임식에서는 정보효율부(DOGE) 수장으로 발탁되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 CEO 등 빅테크 수장이 잇따라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기에 앞서 머스크 CEO, 베이조스 창업자, 저커버그 CEO, 피차이 CEO, 쿡 CEO 등이 먼저 중앙홀에 나타났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들 바로 뒤 두 번째 줄에 나란히 자리를 잡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 수장은 취임식에 앞서 워싱턴DC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일정인 교회 예배부터 참석하며 ‘눈도장’을 찍기 위해 노력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이와 관련해 빅테크 업계의 영향력과 정권에 따른 유연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서로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사주이기도 한 그는 민주당을 지지해 온 WP의 연이은 비판적 보도로 트럼프 당선인의 눈 밖에 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저커버그 CEO가 비영리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것을 두고 자신의 패배를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고 그는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지자 트럼프의 페이스북 사용을 중지시킨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이들 빅테크 CEO들의 행동에 변화가 감지됐다. 빅테크 수장들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부터 경쟁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면담을 이어갔다. 저커버그 CEO는 대선 이후 마러라고 리조트를 두 차례 방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리셉션도 공화당 억만장자 기부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주최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이들 CEO 외에도 챗GPT 개발사 오픈AI CEO 샘 올트먼과 함께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CEO 추 쇼우즈도 참석했다. 다만 쇼우즈 CEO는 다른 빅테크 수장들과 나란히 자리하지는 못했다. 틱톡은 지난 19일 시행된 이른바 ‘틱톡금지법’에 따라 미국에서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서비스 금지를 90일간 유예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법 시행을 몇 시간 앞두고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일부 복구했다. 이에 따라 틱톡은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결정에 회사의 명운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