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감] 당신의 서사

2025-03-27

SNS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무수히 많은 서사가 쏟아집니다. 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써서 SNS에 올립니다. 주제도 보면 다양합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하는 사람도 있고, 오늘 하루 느꼈던 감정에 대해 풀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는 그날 달성한 성과와 그로 인한 기쁨·보람, 반대로 괴로운 일을 겪은 데서 온 우울감을 말하기도 하죠.

이는 현실 세계에서 사람을 만났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딱히 큰 의미를 두고 말을 내뱉진 않았지만, 이제는 언행 하나하나에 의미와 이유를 붙입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언어나 행동에 담아 드러내기도 하고, 또는 내 언행으로 인해 타인에게 가져다줄 가치관의 충돌을 염려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자기 PR을 적극적으로 행하거나, 또는 말과 행동에 신중해지는 겁니다.

온오프라인 막론하고 너무도 많은 사람의 서사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서사도 편식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들어두면 좋은 이야기,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누구일지 선별합니다. 어느덧 주변의 인간관계는 내 가치관에 맞춰 정형화됐습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나 또한 내 가치관을 모를 때 나를 구성하던 인간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끊어졌습니다. 넓고 얕은 형태의 사회적 인간관계가 형성됐네요.

현시대의 청년은 이런 서사의 해일에 늘 휩쓸립니다. 누군가의 서사에 환호하며 자신 또한 그렇게 되길 갈망하거나, 어떤 서사를 보고는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겠다며 경계합니다. 사실 그렇게 모두가 올바른 길만을 찾아간다면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막상 현실은 또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맹점이 어느 서사에든 있기 때문이죠. 모든 걸 다 알지 못하는 데서 온 저주 같습니다. SNS도 어쩌면 넓고 얕은 형태일지도 모르겠네요.

나만의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서사를 체험하고 경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올바른 서사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도 합니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많이 써보는 걸 습관화하는 게 중요하다지만, 바르지 못한 문법과 어휘를 가진 채 많이 쓰기만 하면 나쁜 글쓰기가 정형화됩니다. 서사 또한 이것과 마찬가지죠. 나만의 고유성을 가진 서사이면서, 사람들의 존중과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백세시대라는 현시대. 아직 청년은 지금까지 쓴 서사보다 써야 할 서사가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쓴 서사가 턱없이 모자란 건 아닙니다. 소설의 5단 구성으로 치면 전개 부분을 집필 중이거나, 마무리하고 위기 단계로 넘어가려는 시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서사가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난립하는 이 세상 속에서, 여러분은 어떤 서사를 쓰시겠습니까?

노상훈 울산 청년 작가 커뮤니티 W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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