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해 10월 남 측에서 보냈다고 공개한 드론과 관련,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외환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 가운데 군 당국이 그 전인 윤석열 정부 초기에도 비밀리에 드론을 북 측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15일 중앙일보에 "군이 운용하는 드론이 비밀 작전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넘어간 건 지난해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전에도 한국군 드론이 북측 지역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 이를 북한군이 수거해 갔지만, (북측이)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드론을 보낸 시기는 지난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상반기 사이라고 한다. 또다른 소식통은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북한 드론의 서울 침투에 대응해 우리도 북한으로 드론을 보낸 뒤 공개한 적이 있는데, 해당 작전과는 별개로 진행된 비공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와 같은 요원들이 벌이던 첩보전을 이미 수년 전부터 드론이 상당 부분 대체한 셈이다. 우리 군이 작전사급에서 정찰무인기를 도입한 시기는 2016년이다.
드론 운용의 목적은 정찰 외에 심리전도 있다. 드론작전사령부령은 "전략적·작전적 감시·정찰, 타격, 심리전, 전자기전 등의 군사작전"을 드론사의 임무로 명시한다.

군 당국의 드론 개발 및 사실상의 실전 투입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무인기 집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인 2012년 1월 첫 국방 일정으로 서부지구 항공구락부를 방문해 프로펠러형 무인기 조정 경기를 참관했다. 2018년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에 무인기 개발을 핵심과제로 포함했다. 실제 북한군이 남측으로 보낸 무인기는 국내에서 10여년 전인 2014년부터 발견됐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서울 침투 사건은 군의 드론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 본지가 입수한 '저가형 소형무인기 추진 경위'라는 제목의 군 내부 문건에는 군 당국이 2023년 1월 대통령실 보고를 시작으로 드론 도입에 속도전을 벌인 정황이 담겨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군이 평양 상공에 침투시켰다고 의심받는 문제의 소형정찰드론은 2023년 3월 입찰·계약이 이뤄진 뒤 4~7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납품됐다. 이후 같은 해 9월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가 창설되면서 무상증여 방식으로 관리 전환이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당시에는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책이 미비하다는 여론이 상당했다"며 "드론 도입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28일 '무인기 평양 침범' 사건의 배후를 한국군이라고 주장하면서 공개한 드론의 사진은 우리 드론사가 운영하는 해당 드론과 외형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건 사진 몇 장이 전부로, 동체는 북한군이 갖고 있다. 특검팀이 직접 물증을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당시 김정은은 자신이 모르는 대남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남 측이 드론을 올려보낸 것은 아닌지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남 측의 일방적인 침투 작전으로 파악했고, 윤석열 정부의 의도를 확신할 수 없어 대응 조치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정보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드론 침투에 대응해 북 측으로 무인정찰기를 보냈을 때는 귀환 뒤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하기 전까지 북한이 이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군을 총괄하던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해임된 건 경계 작전 실패 때문으로 군 안팎에서는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사석에서 "북한이 다시 서울 상공에 드론을 보낸다면 우리도 드론을 보낼 것"이라며 "김정은 얼굴까지 촬영한 뒤 영상을 공개해 망신을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확한 좌표로 드론을 보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수년 간 유사한 작전 사례가 누적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군 안팎에선 해당 드론의 실제 운용 주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정보사령부가 개입해 드론사 자산으로 작전을 펼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2~2023년 MDL 이북으로 올라간 드론은 드론사 창설 이전의 사례로, 대북 정찰·첩보 수집 임무를 맡은 정보사가 해당 작전의 기획·실행을 주도했을 가능도 배제할 수 없다.
합참 관계자는 "작전 사항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떠나 사실 확인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김용대 드론사령관 측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무인기 작전은 합참의 지휘를 따른 것"이라며 "남·북한 쌍방 간 무인기 정찰은 수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