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쇼핑' 창고형 약국 첫선…약물 오남용 '우려'

2025-06-27

국내 첫 창고형 약국, 법적 위반 없어

유통 단계 줄여 '싼값'에 의약품 판매

약사 개설·복약지도로 법적 위반 없어

환자 맞춤 상담 불가·부작용 우려 속출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지난 10일 성남에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면서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창고형 약국 허가를 내준 보건복지부는 국민 수요와 우려가 혼재한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27일 약사회 등 전문가들은 창고형 약국의 이점이 환자의 선택권 보장 하나에 불과하지만, 약물 부작용과 소비 관습 변화 등 단점은 다양하다고 비판한다.

◆ 국내 첫 창고형 약국, 법적 위반 없어…싼값에 의약품 판매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대형마트처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 상품을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며 구매하는 약국이다. 다만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창고형 약국의 최대 장점은 소비자들이 약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약국은 여러 중간 유통 단계를 거쳐 제품을 받는다. 반면 창고형 약국은 제조사와 직접 계약하고 대량 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 비용을 없애 약국 상품보다 싸게 팔 수 있다.

복지부는 창고형 약국 설립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약사법' 상 약국을 설립할 때 조건은 4가지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은 반드시 약사 또는 한약사가 개설해야 한다. 창고형 약국의 대표는 정두선 약사로 약사 면허가 있다.

아울러 약사는 소비자에게 의약품은 판매할 때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창고형 약국은 고객이 직접 의약품을 고르더라도 최종 결제 단계에서 약사가 복약지도를 실시해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일반 약 판매 규정에도 부합한다. 창고형 약국은 의사 처벌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취급하지 않아 법에 위촉되지 않는다. 약국을 설립하려면 인·허가 절차가 필요한데, 보건소에 정식으로 개설 신청을 해 설립돼 법적 문제가 없다.

◆ 환자 맞춤 상담 불가·부작용 우려…복지부, 소비자 수요 고려 신중

창고형 약국이 들어서자 약사회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약사회는 이같은 의약품 유통 구조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의약품은 필요한 시기에 적정량이 사용돼야 하는데, 대량 구매로 인해 의약품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더라도 법과 제도의 취지를 부정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약사회는 약사법의 취지가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를 약사에게 맡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 건강을 위해 전문적인 판단과 소신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창고형 약국은 단순 복약 지도와 판매에 그쳐 환자 맞춤 상담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지역 약국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소비자가 창고형 약국에 쏠리면 지역의 소규모 약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이는 단순한 시장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약국 체계의 공공성과 접근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환자를 대표하는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우려를 표했다. 약은 부작용이 없어 필요할 때마다 약국에 가서 구입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특히 환자의 경우 약 관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장기간으로 보관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약을 대량으로 구입할 때 편리함을 제외하고 장점이 없다"며 "반대로 약을 대량으로 구입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창고형 약국 허가 주체인 복지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는 모습이다.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요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원을 보면 건강기능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과 우려의 내용이 있다"며 "현장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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