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천억 원대 피해를 일으킨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서 처음으로 금융사의 다자 배상을 인정했던 판결이 2심서 뒤집힌 것으로 확인됐다. GC녹십자웰빙이 펀드 판매사 NH투자증권, 신탁업자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 한국예탁결제원에게 공동으로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피고 3사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본 1심과 달리 2심은 신탁업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온 가운데 엇갈리는 판결이 나와 눈길이 쏠린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는 2025년 12월 18일 원고 녹십자웰빙이 피고 NH투자증권·하나은행·예탁결제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하나은행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옵티머스 사태에서 판매사와 더불어 신탁업자, 사무관리회사의 다자 배상을 처음으로 인정했던 1심을 뒤집은 결과다.
재판부는 NH투자증권과 예탁결제원이 공동으로 녹십자웰빙에 약 10억 원과 이자를 배상할 것을 명령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신탁업자인 하나은행이 1심에서 받았던 패소 판결은 취소하고, 녹십자웰빙이 하나은행에 제기한 배상 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옵티머스 사태란 2020년 발생한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건으로, 피해액은 5000억 원이 넘는다.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 등은 2018년 4월~2020년 6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모아 부실채권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했다. 김 전 대표는 사기 혐의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80% 이상을 판매한 최다 판매사였다. 하나은행은 수탁사로서 펀드 투자 자금을 보관·관리했고,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위탁 계약을 맺고 펀드 관련 회계 처리 업무를 맡았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사였던 녹십자웰빙은 2021년 12월 투자금 전액인 20억 원을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예탁결제원이 연대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 세 회사가 공동으로 녹십자웰빙에 투자금의 절반가량인 10억 9386만 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투자자, 금융기관을 기망해 거액의 투자금을 편취한 사건으로 봤다. 거액을 투자한 녹십자웰빙이 손실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면서도, NH투자증권·하나은행·예탁결제원 3사가 금융시장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단순한 투자금 사기 사건에서 끝나지 않고 대규모 금융 사건으로 번진 것은 각자 자본시장법이 부여한 역할이 있는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예탁결제원의 주의 의무 위반이 상호작용을 일으킨 탓이 크다”며 “이로 인해 녹십자웰빙이 투자자로서 응당 받았어야 할 투자자 보호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사모펀드 신탁업자인 하나은행에는 수익자를 대상으로 한 선관 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특례 규정인 자본시장법 제249조의8 등을 근거로 하나은행이 펀드 자산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 기준가격 산정의 적정성에 대한 확인 의무 외에 운용사의 운용 지시에 대한 감시 의무 등은 없다고 봤다. 투자설명서, 자산운용보고서의 적정성에 대한 감시·확인 의무가 없어 이를 위한 자료 요구 권한이 없다는 점도 명시했다.
법원은 “자본시장법이 신탁업자에게 운용상 감시 의무를 배제한 취지는 규제 완화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규정에 반해 감시 의무를 함부로 부담시킬 수 없다”며 하나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자 배상을 인정한 1심과 달리 2심에선 신탁업자의 책임을 면제하면서, 향후 소송의 확정 결과가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NH투자증권은 일반 투자자에 대한 배상은 마쳤으나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두 회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조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을 사기 방조, 자본시장법상 위반 방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2025년 2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NH투자증권은 손해배상 등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2021년 10월 하나은행, 예탁결제원,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100억 원대 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4년 넘게 1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2025년 6월에도 넥센이 제기한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판매사의 책임만 인정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같은 판결이 NH투자증권이 진행 중인 손배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NH투자증권은 녹십자웰빙과의 소송에서 상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NH투자증권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되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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