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레거시 반도체에 종속땐 희토류 사태보다 심각"

2025-11-17

세계적 베스트셀러 ‘칩 워(Chip War·반도체 전쟁)’를 저술한 크리스 밀러(사진)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 중국의 레거시(범용) 반도체 시장 장악은 희토류 공급망 붕괴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밀러 교수는 단독 인터뷰를 통해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존재감을 높이는 현상에 대해 “매우 위험한 움직임”이라면서 “중국은 보조금으로 구세대 반도체를 대량생산해 일본과 미국 등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각국 산업 기반을 중국산 반도체에 종속시키려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동차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1000개 중 98%는 레거시 반도체인 만큼 대부분 중국 제품”이라며 “이렇게 의존하면 중국이 원할 때 생산이 멈출 수 있다. 희토류 갈등보다 훨씬 더 격렬한 형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거시 반도체는 자동차나 각종 기기에 들어가는 전통적인 범용 반도체를 말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처럼 최첨단기술까지 요구하지는 않지만 시스템 제어, 정보 저장 기능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부품이다. 밀러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반도체 시장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맞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장악한 희토류 수출을 차단하면서 각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마비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벌어진 넥스페리아 사태는 레거시 반도체 공급이 안 될 경우 전 세계 산업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볼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네덜란드 넥스페리아는 중국 윙테크에 인수된 반도체 부품 제조사다. 올 9월 네덜란드 정부가 기술 유출 위험을 이유로 윙테크의 넥스페리아 지배권을 박탈하자 중국은 넥스페리아 제품 수출을 금지했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공장을 멈추는 일까지 벌어졌다. 밀러 교수는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시장 장악은 자동차의 각종 시스템을 마비시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진단도 나온다. 밀러 교수는 중국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가 대만 TSMC의 능력과 비교해 5~6년은 뒤처졌다면서 “미 행정부 내에 중국이 일찌감치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중국이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기업이 반도체 질을 높이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한 중국에 앞서갈 것”이라면서도 AI 투자가 줄면 중국이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향방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