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현실’…중국 추격에 떠는 산업계

2025-11-17

반도체 굴기 ‘D램 3강’ 흔들고

가전은 기술력·인지도로 ‘바짝’

바이오는 “이미 뒤집혔다” 평가

차 배터리 가치사슬 사실상 장악

재계 “근원적 경쟁력 고민해야”

“최근 중국의 굴기를 피부로 느끼고 우려하는 기업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미국·중국·일본 4개국 기업 경쟁력 현황과 전망을 조사한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17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각 업계 말을 종합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부터 거세다. 중국은 미·중 갈등 격화 속 반도체 기술 자립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D램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낸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주도하고 있다.

그간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미국)의 3강 체제였다. 그러나 2016년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CXMT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면서 이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첨단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CXMT는 최근 화웨이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6세대 HBM4 개발을 마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비해 1~2세대 정도 뒤처진 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수율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한국을 많이 따라온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한발 앞선 개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보더라도 중국 업체들이 전폭적인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만큼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TV·가전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존재감을 키운 중국 업체는 이제 기술력과 제품 인지도까지 끌어올리면서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범용 제품은 이미 추월당했고, 고부가합성수지(ABS)·폴리염화비닐(PVC) 등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 역시 1~2년 내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의 핵심은 촉매 기술인데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아 범용화되고 있다”며 “1~2년보다 더 빨리 따라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고 보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는 지난 6월 ‘핵심 및 신흥 기술 지수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을 미국에 이어 2위로 보면서 한국은 10위로 평가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의 경우 중국이 1위 미국의 3분의 2 정도 수준, 한국이 그다음”이라며 “현재는 임상 기술, 병원 의료 기술 등은 우리가 낫지만 이 또한 2~3년 정도면 따라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2차전지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히 큰 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지난해보다 약 3배나 늘어난 12만859대의 신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는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은 더하다. 특히 원료 광물에서부터 소재, 배터리 셀, 사용 후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가치사슬 전반을 중국이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기술력 강화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핵심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세제나 규제 완화, 미래 기술 투자 지원 확대 등을 강조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우리 기업이 근원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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