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딥테크 스타트업의 끝은?

2025-11-17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양자,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말한다.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며 상용화까지는 길게 10년 이상의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 시 산업 구조를 바꾸고 국가의 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된다.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은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막혀있는 엑시트 구조다. 상장(IPO)과 인수합병(M&A) 모두 협소하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도 심사에서는 매출 실적이 요구된다.

딥테크 산업은 기초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해 단기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M&A 시장은 더 냉혹하다. 네트워크로리뷰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애플·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은 2015~2021년 사이 329건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연평균 45건 이상으로, 기술혁신을 외부에서 흡수하는 개방형 생태계가 정착돼 있다.

반면에 트랙슨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전체 스타트업 M&A 거래는 22건, 총액은 약 1억9000만달러(약 250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대비 1% 수준이다. 한국의 딥테크 기업은 상장, 인수도 어려운 '엑시트 절벽'에 놓여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상장 시 매출·이익 요건을 두지 않는다. 기업이 적자라도 성장 전략과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시하면 상장이 가능하다. 중국의 경우 공업정보화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딥테크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 주도형 펀드와 규제 완화 정책을 결합했다. 과도한 국가 개입의 부작용도 있지만, '정부가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구조'라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규제와 제도도 걸림돌이다. 핵심 산업 대부분이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 기술을 실증하려면 복수의 기관 승인을 받아야 하고 부처 간 관할이 겹쳐 허가 부처도 불명확한 경우도 많다. 규제의 모호함과 행정 절차가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발을 뺀다.

모빈(MOBINN)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초·유일로 자율주행 로봇의 핵심 기술인 'Flexible Wheel System'을 상용화해 CES 2024와 FIX 2024·2025에서 로봇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기술은 바퀴만으로 30° 경사·16cm 장애물·28㎝ 단차를 극복하며 실내외를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는 완전 자율형 로봇 플랫폼으로, 배달·순찰·교통 통제 등 서비스에서 검증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기술을 인정해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상장 문턱과 복잡한 규제, 공공 조달 시장의 제약이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이제는 기술 중심 성장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특례상장의 평가 기준을 기술력·성장성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시와 리스크 관리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할 경우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를 부여하고 공공부문이 기술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공동개발·실증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신산업에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예측 가능한 실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단순한 벤처가 아니다. 국가의 기술 주권을 지탱하고 미래 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성장엔진이다. 이제는 비전과 가능성 그리고 기술력 중심으로 평가받는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 그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혁신은 언제나 연구실 문 앞에서 멈출 것이다.

최진 모빈 대표 choi_jin@mobinn.co.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