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개발(R&D) 투자다. 기술 개발에 수년이 걸리고 임상시험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바이오산업의 특성 상 ‘용감한 R&D’ 없이는 빅파마로의 기술이전 같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한미약품이 첫 기술 수출에 성공한 뒤 10년 동안 수많은 기업이 공격적인 R&D를 하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의 실패를 발판으로 상업화 구조를 먼저 구상하고 R&D를 시작하는 기술 개발 전략을 통해 대규모 ‘빅딜’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세상에 없던 기술 개발에 도전해 성공을 거둬 글로벌 빅파마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테오젠(196170)의 R&D 투자 비용은 2022년 462억 원에서 2023년 976억 원, 지난해 553억 원으로 늘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의 R&D 투자 비용은 2022년 512억 원에서 745억 원으로 약 45.5%, 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의 R&D 투자 비용은 같은 기간 511억 원에서 1133억 원으로 약 121.7%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2022년에서 지난해까지 R&D 전문 인력 또한 20~30여 명을 확충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기업이 장기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도 R&D 투자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그중 알테오젠은 유일하게 지난해 연간 흑자(245억 원)를 냈지만 이 또한 2015년 이후 9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3년 26억 원, 지난해 59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리가켐바이오 역시 2023년 808억 원, 지난해 20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들 기업은 적자에도 공격적인 R&D로 기술 수출 성과를 내고 이를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올해 에이비엘바이오의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는 점은 이러한 선순환의 성공적인 사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739억 원을 수령했고, 2022년 사노피와 체결한 계약금의 일부를 매출로 인식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달 12일 일라이릴리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의 계약금 585억 원까지 납입되면 연간 매출은 약 1400억 원에 달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알테오젠 또한 기술 수출 실적을 기반으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맥주사(IV)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ALT-B4’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국머크(MSD)·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 등 글로벌 빅파마와 잇따라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결과다. 알테오젠의 기술료 수익은 2022년 87억 원에서 2023년 833억 원, 지난해 781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 MSD와 공동 개발한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내년부터는 로열티 수령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키트루다 큐렉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로열티 수익이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영업손실 20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폭을 599억 원 줄였다. 2023년 말과 지난해 10월 얀센, 일본 오노약품과 각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 및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한 덕분이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 바이오 기업들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생존해 공격적인 R&D 투자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대형 제약사 못지않은 대규모 R&D 투자가 국내 바이오산업을 급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벼랑 끝 R&D’ 전략에 지속성을 더하려면 풍부한 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비상장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는 상황은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폐업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임상 위탁 사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 지원은 물론 민간에서도 바이오 벤처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더욱 두텁게 해야 R&D가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 규제도 공격적인 R&D 투자의 발목을 잡는 제도다. 조완석 회계법인 더올 대표는 “신약 개발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하더라도 법차손 규제에 걸려 관리 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리고 기업들의 생명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내 비상장 바이오 기업 2000여 곳이 살아남아 앞으로 바이오 생태계를 이끌어가려면 법차손 규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독] SK, 넥스트 반도체 '앵커기업' 된다](https://newsimg.sedaily.com/2025/11/17/2H0HNCZ7GA_2.png)
![[GAM] 셀큐이티 ① 유방암 치료 혁신 기대감에 올해 608% 급등](https://img.newspim.com/etc/portfolio/pc_portfolio.jpg)


![[기고] 대한민국 딥테크 스타트업의 끝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5/news-p.v1.20251105.0c16973414794d5c91d5b855e4d59d71_P3.jpg)
!['빅3'도 기술수출 5년 걸려…"바이오 특화 상장제도 보완해야" [K바이오가 달라졌다]](https://newsimg.sedaily.com/2025/11/17/2H0HNGWPVL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