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총리'도 끌어내린 골프 뭐길래…정치인과 그 질긴 악연

2024-10-19

정치인에게 골프는 가까이하기에 위험한 스포츠일까.

더불어민주당이 골프 논란을 빚은 민형배 의원을 16일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면서 정치인과 골프의 '악연'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민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이자 10·16 재·보궐선거를 3일 앞둔 13일 지인들과 골프 모임을 가져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도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1일 군 골프장에 갔다가 우천으로 진행이 중단되자 골프장에 항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골프 파문에 엮여 정치인들이 곤욕을 겪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고가’ 스포츠라는 인식과 함께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보니 유독 부정적 여론이 조성된다고 본다.

지난해 7월 수해 중 골프를 쳤다가 당원권 정지 10개월 처분을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도 “주말에 테니스는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 반발하다가 악화하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사과하기도 했다. 홍문종 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경기도당 위원장도 2006년 수해 피해가 극심한 강원도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에서 제명됐다.

골프로 인한 구설수가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아예 당 윤리강령으로 골프에 대해 제한을 뒀다. 국민의힘 윤리강령 제22조 (사행행위ㆍ유흥ㆍ골프 등의 제한) ②항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한 경우와 자연재해나 대형사건ㆍ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ㆍ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선약이 되어 있는 경우에도 같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정치인 중 골프와의 악연으로 가장 많이 회자하는 인물은 이해찬 전 총리다. 노무현 정부 때 ‘실세 총리’로 불렸던 이해찬 당시 총리는 골프 관련 구설수만 세 차례 있었고, 결국 이로 인해 낙마했다.

2004년 9월 5일. 이 전 총리는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의 조문을 가기 전 골프장에서 라운딩한 것이 확인돼 정치권과 유가족의 지탄을 받았다. 2005년 4월 5일에는 강원도 양양·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낙산사가 불타고 373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는데, 총리실 간부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이 총리가 낙마된 결정타는 2006년 3월 1일 부산 지역 상공인과의 골프 모임이었다. 이날 철도파업으로 전국 물류대란이 발생한 데다골프 비용을 한 기업인이 부담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정경유착의 ‘접대 골프’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전 총리는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고, 노 전 대통령은 6시간 만에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골프에 대해 가장 엄격했던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꼽힌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시기에 현역 군 장성들의 골프 시합이 논란이 되자 대변인을 통해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해 7월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접대 골프가 아니면 공직자들도 골프를 칠 수 있지 않겠냐’고 건의하자, 박 전 대통령은 “제가 골프를 치라 마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바쁘셔서 그럴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반문해 사실상 공직자 ‘골프 금지령’으로 굳어졌다.

‘골프 금지령’이 해제된 것은 2015년 2월이다. 내수 경기가 어려우니 골프를 풀어주자는 참모들의 건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월 4일 “골프가 침체돼 있어 활성화를 위해 힘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며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골프 활성화에 대한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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