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퓨처로그] 선대의 경영 철학과 후대의 실천

2025-04-20

우리나라도 경제·산업 규모와 역사가 길어지면서 이제는 창업자에서 2·3대로 이어지는 경영자 기업이 보편화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재계서열 최상위 대기업 모두 3대 경영자들이 회장을 맡아 글로벌 혁신과 성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선대 창업가들의 경영 원칙과 지혜를 가풍(家風)이자, 기풍(企風)으로 새기며 오늘을 비추는 경영거울로 쓰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고객이자 소비자인 대다수 국민들도 이들 선대 창업가들의 도전·개척 정신과 위기 돌파 의지를 자기 인생의 교과서 또는 이정표로 삼기도 한다.

'산업보국(産業保國)'은 이들 위대한 창업 기업가들의 철학과 신념을 꿰뚫는 공동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을 일으켜 나와 내 가족만 잘사는게 아니라, 국민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나라도 부강하게 만드는 원대한 꿈이 이들 삶 전부에 녹아있다.

이들의 소망이자, 꿈처럼 대한민국은 성장했다.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기적처럼 선진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이들이 거목처럼 가꾼 기업은 지금처럼 부강한 우리나라의 기술과 산업 기둥이 됐다.

최근, 재계와 산업계에 동시에 논란을 낳고 있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을 보면서 선대 창업가들의 정신이 올바르게 현재에 닿고 있나 갸우뚱하게 된다. 공동 창업의 원칙은 깨졌고, 세계적 소재 및 제련 기술로 국가 성장에 이바지 한다는 철학도 무너진지 오래다.

국민 상식에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만 1200만명에 달하고, 매일 국내외 기업과 시장을 넘나들며 투자하는 전문가들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삼척동자도 아는 최대주주의 경영권이 부정당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50년 넘은 동업자 정신으로 최대주주 지분을 유지해온 쪽이 2% 지분 조금 넘는 전문경영인에 의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상실되는 일이 고려아연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버젓이 일어났다. 그 2% 지분 경영자가 억지에 가까운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어, 25%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가로막았다.

그 2.2% 경영자가 25.4% 보유 최대주주인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와 70년 동반자 기업 영풍을 향해 견실한 국가기간산업 영위 기업의 경영권을 찬탈하고, 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려 한다는 논리로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경영권지키기로 포장됐다.

이 경영권 싸움은 다음달 또 한번의 기로를 맞게 된다. 다음달 초 임시이사회를 열어 불안한 동거형태의 집합체인 양측 이사들간 또다른 국면의 충돌을 예고했다. 또 서울중앙지법 민사25-3부는 영풍·MBK측이 제기한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 즉시항고 사건에 대한 공판기일을 지정하고, 양측의 다툼을 심리할 예정이다.

경영자 세대는 지금 3대까지 내려왔지만,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공동창업자의 출발때 마음가짐은 하나였을 것이다. 공동창업과 사업을 키워 국가와 국민 복리에 이바지한다는 경영 철학은 두사람 모두의 열정에 불을 붙였을 것이다.

두 공동 창업자가 하늘에서 이 현실을 지켜본다면 뭐라고 할 것인지 현재 고려아연 사태 정점에 선 당사자들은 모두 새겨봐야할 것이다. 현재 대주주와 경영진이 공동창업 76년전, 고려아연 출범 51년전으로 돌아가 자성하고, 지금까지 입은 상처를 빨리 치유하지 않는다면 '좋은 회사를 망쳐놓았다'는 역사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진호 논설위원실장 jholee@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