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국가안보전략(2025 National Security Strategy)이 발표됐다. 동맹·공급망·인공지능(AI)·청정에너지·핵심광물·전략 인프라를 '국가안보의 확장 영역'으로 규정하며 중국과의 기술·산업 패권경쟁 장기화를 공식화했다.
기후변화, 탄소중립은 재앙적인 이데올로기로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며, 에너지 지배력 확보를 통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양성, 평등, 포용은 반경쟁적이고 차별적이며, 불법이민을 합리화하므로 능력주의를 훼손한다고 규정했고,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서반구에서의 공급망의 회복을 선언했다.
이 같이 1990년대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이후, 기후변화나 빈곤퇴치, 글로벌 보건과 같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글로벌 어젠다를 이끌던 미국과 서구의 영향력이 2025년 12월에 와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의 위치와 역할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리고 안보·경제·산업은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구조로 작동하는 것임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변화 속에서 ESG 경영은 과거처럼 '환경'과 '사회'의 영역에 머물 수 없고, 국가와 기업의 실질적 전략 체계 속에 통합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 흐름을 다른 나라보다 강하게 체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전략산업은 막대한 전력과 물 등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용수, 적절한 입지가 충분하지 않다면 산업 확장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핵심광물 역시 미·중 갈등과 안보문제로 공급망이 단절된다면, 결국 막대한 환경 비용을 지불하면서 국내에서 재생산하거나 동맹국에서 구매해야 한다. 과거에 '이미지 관리'정도로 생각했던 ESG가 이제는 주력산업의 존망 또는 AI, 로봇, 항공우주, 방위산업 같은 미래 산업에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그 변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력효율, 냉각방식, 폐열 활용, 지역 전력망과의 조화 여부는 친환경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에너지 구조와 국가 전력 안정성까지 좌우한다. 기업의 선택처럼 보이던 기술 선택과 전략이 이제는 국가적 운영 리스크와 직결된다.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생산지와 생산방식, 공급안정성 등이 핵심 경쟁력 요소로 떠올랐다. 따라서 ESG를 윤리나 이미지를 넘어 '국가 경쟁력 프레임'으로 재정의하고 기술·데이터·안보·인프라를 ESG경영의 핵심 전략 요소로 규정하며 전사적인 경영전략에 통합하는 추세이다.
정책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탄소배출량의 산정과 공개, 배출허용기준과 같은 환경 기준 충족 여부가 평가 요소였지만, 이제는 에너지 효율, 자원확보 능력, 공급망 안정성, 기술자립 가능성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금융권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정·에너지 사용·공급망 위험을 보여주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도 정확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고, 정책도 산업의 현실과 맞닿아 움직일 수 있다.
ESG를 배척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분석해보니, 역설적으로 ESG는 주변적,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게 됐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안보·경제 전략·산업정책으로 ESG와 지속가능성을 포함시키는 전략의 대전환이다. 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ESG는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적 조건이다. 한국이 이 변화를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대응하느냐가 향후 10년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
![[사설] 기후테크가 산업의 질 높인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0/news-a.v1.20251210.a82a459bc42e4361a816ab1d6f9b3f51_T1.jpg)

![[글로벌NOW] 기술과 규제가 새 판 짠 2025년, 마지막 달의 ‘스마트한 딜레마’](https://www.hellot.net/data/photos/20251250/art_17651857209331_526bb9.png?iqs=0.6215418289090127)
![[AI MY 뉴스브리핑] "K-반도체, AI 강국을 엽니다"…李대통령, 산업 생태계·균형발전 강조](https://img.newspim.com/news/2025/12/10/2512101424048740.jpg)




!['China' 177번 언급한 美…주한미군 2만8000명 쐐기 박았다 [글로벌 모닝 브리핑]](https://newsimg.sedaily.com/2025/12/09/2H1NVZXMKH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