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비친족 가구 증가..제도적 사각지대 보완 필요
사실상 동성혼 허용하는 법안, 반대 목소리도
주거형태도 아파트 등 주택에서 오피스텔, 원룸 등으로 다변화
"친구들과 동거 이상 의미 가질 경우에는 국민들 의견 수렴해야"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원래는 나중에 혼자 살고 싶었는데 가까운 친구랑 마음만 맞으면 생활동반자로 등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1인 가구'로 살기를 희망하는 20대 A씨는 생활동반자법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A씨는 "결혼을 하더라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꼭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를 돌봐 주고 책임져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인 가구 급증과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해체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혼인 이외의 형태로 법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이 이번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되면서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3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대표 발의했다. 용 의원은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국내 최초로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에 따르면 생활동반자는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 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당사자들에게는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가 부여된다.
지난 8일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비혼 출산 제도 개선 등을 거론하며 비혼 동거를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공식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생활동반자법 같은 구체적인 법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지만 강 실장이 '현실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의 가족 형태는 변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1인 세대수는 지난해 3월 최초로 1000만 세대를 넘어섰다.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은 '나 혼자 사는' 세대인 것이다. 실제 주거 형태도 아파트 등 주택에서 오피스텔, 원룸, 투룸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 비친족(가족이 아닌 관계) 5인 이하 가구는 약 20만 가구였지만 2023년에는 약 54만가구로 조사됐다. 하지만 혼인 관계나 혈연 관계가 아닌 경우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부분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나왔다.
1인 가구인 20대 대학원생 정모 씨는 "지금 당장은 동반자 관계가 필요 없지만 살다 보면 같이 살고 싶은 친구나 애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전했다.
정씨는 "결혼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데 생활동반자법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응급 상황 등에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용 의원이 입법 취지에서 밝혔듯 응급 상황에서 수술동의서 서명이 어렵거나 장례 상주가 돼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일부 기독교 단체와 보수 단체 등에서는 생활동반자법이 사실상 동성혼을 허용하는 법안이라는 등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생활동반자로 등록할 경우 재산과 입양 등에 대한 권리가 생기는 등 관계를 해소할 때 분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 형태 다양화를 반영한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짚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이 법이 시행된다고 모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뀔 것이라 예측은 할 수 없지만 비혼 동거 등 가족 형태에 대해 (법적 불이익 등) 차별하지 않아야 된다는 인식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는 것이 의미있다"며 "친구들끼리 사는 경우에는 생활동반자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설 교수는 "직접적인 혼인 관계는 아니라고 정의하지만 단순히 친구들이 같이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경우에는 국회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