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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여성 혐오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하면서 여성을 향한 무분별한 욕설·폭력을 행사하면서다. 극우 세력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여성 혐오·폭력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28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6일 신남성연대 등 극우 세력이 학내에서 벌인 여성 혐오와 폭력을 비판했다. 이들은 “학내에 난입한 극우 시위대로부터 ‘집에 가서 애나 봐라’ ‘XX년’ ‘그래서 시집 가겠냐’ 등 여성 혐오·차별 발언이 쏟아졌다”며 “서울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이 스크럼을 짜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재학생 A씨는 “입맛에 따라 여성을 ‘된장녀·꼴페미·개념녀’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현 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여성을 틀 안에 가두는 사회로부터의 해방을 끝없이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이화여대에서 발생한 극우 세력의 폭력 행위는 최근 다른 대학에서 발생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소동과 달랐다. 단순히 태극기·성조기를 흔들며 자신들의 구호를 외치는 수준을 넘어 학생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학생들이 서 있는 방향으로 드러눕거나 학생들을 밀쳐 넘어뜨렸고, 일부는 학생들의 멱살을 잡아 위협하거나 학생들이 들고 있던 팻말을 부수고 입으로 뜯어먹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폭력을 주도한 세력은 여성 혐오 단체로 알려져있는 신남성연대 등이었다. 이들은 앞서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벌어진 동덕여대에서도 집회를 하고 학생들을 위협하거나 유튜브 채널에 학생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극우 세력이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저항권 행사’라고 정당화했듯이 신남성연대 등은 여성 혐오를 ‘탄핵 반대’로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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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극우 세력의 주요 동력 중 하나가 여성 혐오인 것을 방증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7일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남성연대 배인규가 유튜브 수익 중지로 코너에 몰리니까 이화여대에 간 것은 개혁신당 이준석이 코너에 몰리니까 동덕여대에 간 것과 똑같은 공식”이라며 “젊은 여성을 괴롭히는 것이 가장 만만한 것, 극우 포퓰리즘은 멀리 있지 않다”고 썼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성을 심리·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한 행위로 보인다”며 “백인 남성 극우 세력처럼 극우 남성 커뮤니티의 여성 혐오는 항상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대가 가진 페미니즘적 상징성, ‘다만세’(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처음 불린 이화여대의 상징성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진 2016년 이화여대생의 대학 점거 농성 당시, 학생들이 불렀던 노래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반여성 행보’를 보인 정치인들이 이런 폭력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김 교수는 “정치권이 반여성·반개혁의 파시즘을 공론의 장에서 공공연히 일삼기 때문에 여성혐오 세력이 온라인 공간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 당당히 활동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에 난입한 극우 유튜버 등은 경찰에 고발을 당한 상태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이날 “배인규(신남성연대)·안정권(벨라도)·프리덤라이더 유튜브 채널 운영자(성명불상) 등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폭행·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