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국민을 바라보는 망원경

2025-05-07

정치는 말이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다. 주로 비유법을 활용하는 정치인의 언어는 활용과 해석을 통해 재확산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치철학으로 알려진 이 문구는 도덕적·철학적 원칙을 기초로 한 정치를 하되 그 방법을 실용적·현실적으로 찾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망원경과 현미경이 있다. 목적지를 찾기 위해 망원경을 사용하고,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현미경을 활용하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정치적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망원경을 쓰되 빈틈이 없도록 현미경으로 현실을 들여다보라는 뜻이다. 망원경으로만 혹은 현미경으로만 정치를 보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취지다. 이 표현 역시 DJ의 명언과도 맥락이 비슷하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는 망원경도 현미경도 없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국가 정책의 가장 큰 방향을 결정할 대통령을 뽑는데 누가 나올지를 두고 여전히 공방만 주고받는 상황이 펼쳐진다.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바라볼 망원경 없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현미경은커녕 돋보기안경조차 거추장스러운 상황이 돼 버렸다.

문제는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은 선택지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한 채 투표소에 들어가야 한다. 정치인이나 국민 모두 불행해지는 길이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현미경까지 갖추기 어렵다면 국민을 바라보는 망원경만이라도 되찾길 바란다. 시간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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