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또 다른 야망… 원전 건설 분야 '세계 최강국' 정조준, 영향력 확대 노려

2024-12-23

중국, 이집트, 인도, 터키, 방글라데시 등에 10여기 이상 원전 건설 중

"전 세계 에너지 수요 급증… 핵 발전은 안전하고 깨끗해"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공지능(AI)과 개발도상국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에너지 수요를 최대한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인 보리스 티토프 지속가능성 국제협력 특별대표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현재 전 세계에서 10기 이상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면서 "우린 세계 최대 원전 건설 강국 중 하나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방글라데시와 중국, 이집트, 인도, 이란, 터키 등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계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원자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깨끗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이 오는 2050년까지 155% 늘어난 950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티토프 특별대표는 "러시아는 청정 에너지원을 갈망하는 개발도상국과 데이터 센터에서 AI를 활용하는 테크 기업들로부터 원자력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해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 저널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원자로 건설과 연료 공급, 기타 서비스 등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 세계 54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는 각종 원자력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석유·가스 부문이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원자력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등 러시아의 원자력 파워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친러·친푸틴 성향의 동유럽 국가들이 이런 노력에 지속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지난 22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러시아의 민간 핵 산업을 제한하는 (유럽연합의) 모든 조치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슬로바키아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 생산에 재정적 피해를 주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러시아에 대한) 어떤 제재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개발도상국도 러시아 원자력의 잠재적 고객이다.

말레이시아 천연자원 및 환경 지속가능성 장관인 닉 나즈미 닉 아마드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린 원자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주요 업체들과 우리의 잠재적 프로젝트와 관련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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