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투명인간’ 된 이주노동자…“우리는 기계도, 노예도 아니다”

2025-06-01

“We are not machine, We are not slave.”(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경기이주평등연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으로 구성된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주최는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 앞에서 ‘차별을 넘어 평등사회로, 이주민과 함께하는 시민행진’을 열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도 한국의 구성원”이라며 “새로운 이민정책이라면서 ‘무권리 이주노동자’만 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제외하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모두 관련 정책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아위씨(37)는 2009년 캄보디아에서 귀화했다. 그는 “여야 상관없이 이주민 정책을 살펴봤는데 진짜 투표할 사람이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2009년 귀화한 섹 알 마문 씨(51)는 “대한민국 인구의 5%가 이주민이다.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책에서 배제된다면, 투표 못 하는 어린아이는 국민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주민 없이 한국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권리 보장을 외치는 목소리엔 귀를 닫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노동허가제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행 고용허가제가 노동자의 직업 선택과 이동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처음 취업할 기회부터 고용을 연장할 권한까지 모든 결정권을 사업주에게만 준다. 어렵게 이직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지역 제한’이 있다. 수도권, 경남권, 경북·강원권, 전라·제주권, 충청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한 권역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어기면 불법체류가 된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사장이 부당하게 대우해도 강제로 일해야 한다. 사업장 변경이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면 본국에 보내버린다고 협박한다”며 “기간 연장, 재고용 모두 사장에게 달려있어 이주노동자들은 아무 요구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대표는 “위험한 노동, 인권 모멸을 참고 감내하도록 하는 건 사실상 현대판 노예제”라며 “한국의 이민정책은 단기 순환으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인력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대 ▲임금체불 근절 ▲산재 대책 마련 ▲ILO 강제노동금지협약 준수 ▲이주여성 젠더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가건물 기숙사 전면 금지 ▲출생등록제도 개선 ▲이주아동 건강보험 보장 등을 촉구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이주민 혐오와 인종차별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아위씨는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전화 받을 때 ‘한국 사람 바꿔 달라’는 말을 아직도 듣는다”며 “나는 한국인인데도 계속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섹 알 마문씨도 “엄연히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게 힘들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만 한국인임이 증명되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