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 사랑’은 유별나다. 백악관 집무실은 컵받침부터 벽난로 선반, 벽면까지 황금으로 번쩍인다. 백악관은 “(미국의) 황금시대를 위한 황금 집무실”이라고 했다. 그의 뉴욕 자택이나 마러라고 별장도 온통 황금빛이어서 잡지 화보에 단골로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황금빛 페인트는 진짜 황금을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금색 장식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황금은 단순히 고풍스런 색깔 취향이 아니라, 진짜와 가짜가 분명한 ‘권위’ 그 자체다. 스스로를 왕처럼 느끼고, 권력과 지배를 과시하는 ‘브랜드’일 것이다. 예로부터 황금은 ‘권력의 색’이다. 당나라 이래 중국에서도 황금빛 곤룡포는 황제들만 입을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 제작한 ‘천마총 금관’을 선사했다. ‘지도자의 강력한 권위와 리더십을 상징한다’는 설명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미국에선 ‘노킹스’ 시위가 벌어지는데, ‘왕의 상이로소이다’ 했으니 속으로 미소 지었을지도 모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금만 190돈 들어간 최고훈장 무궁화대훈장도 수훈했다.
앞서 일본 방문 때도 ‘리틀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준비한 ‘오모테나시(환대)’엔 ‘노벨 평화상 추천’과 함께 ‘황금 골프공’이 포함됐다. 과거 황금 골프채를 선물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성공 공식을 답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일 순방은 ‘황금빛 투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각국의 ‘과시적 의전’ 무대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관세나 방위비 증액 압박을 완화하려 매력적인 공세를 펴는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냉정히 보면 ‘강요된 호감’이거나 ‘면전의 환대’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는 황금을 너무 사랑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딸마저 황금으로 변하고 말았다. 미국의 황금시대,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강요된 호감’으로 가능할까. 지금 세계 각국에서 미국에 대한 평판이 위대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트럼프의 황금 사랑이 정작 ‘위대한 미국’을 굳어버린 황금덩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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