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0년 전 시간을 거슬러온 세포

2026-01-02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하는 병오년(丙午年) 새해의 태양이 떠올랐다. 우리는 올해 역사적인 순간을 맞는다. 2026년은 ‘역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iPSC)’가 세상에 처음 나온 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오랫동안 세포가 한번 분화하면 다시는 분화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일본 교토대학교의 한 연구실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가 종교의 교리처럼 여겨지던 이 규칙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분화가 끝난 피부세포에 몇개의 유전자를 넣었을 뿐인데, 세포의 운명은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감은 듯 초기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세포를 ‘역분화 줄기세포’라 불렀다. 역분화 줄기세포의 발견과 함께 생명 과정의 비가역성이라는 오랜 전제는 처음으로 수정되기 시작했다. 인간 배아(embryo)에 의존하지 않고도 거의 모든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오늘날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는 기초 연구를 넘어 임상과 신약 개발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 이 세포를 분화해 만든 기능성 세포는 손상되거나 퇴행한 조직을 대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환자의 세포로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나 환자 유래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는 해당 환자의 병을 재현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기술에 활용되고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가 출현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이 세포는 의학이 오래도록 넘고 싶어했던 생명의 한계선을 다시 그리고 있다.

도전적인 야마나카의 질문과 4개의 유전자

야마나카 신야(Yamanaka Shinya) 교토대 교수가 연구를 시작한 무렵, 줄기세포 연구는 이미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당시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에는 성체줄기세포 이외에 배아줄기세포가 있었는데,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과학적 결과에 대한 성과 이외에 세포가 지닌 윤리적 한계에 대한 이슈가 늘 함께했다. 생명의 시작을 어디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과학계를 떠나 철학적 관점과 종교 규범, 법과 사회 윤리까지 더해지며 정리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많은 연구자가 고정된 틀 안에서 만능성 세포에 대한 방법을 찾고 있을 무렵, 야마나카 교수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분화가 마무리된 세포를 다시 만능성이 있는 원점으로 되돌려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유리잔이 깨지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듯, 세포 역시 분화가 일어나면 다시 원래의 초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오래된 교과서적 규범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야마나카 교수의 이런 질문은 기본 지식도 무시한 무모한 발상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견해에 개의치 않고 만능성 세포에서 발현되는 다수의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실험을 통해 자기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2006년 야마나카 교수는 놀랍게도 분화된 마우스 체세포에 Oct-4, Sox2, Klf4 그리고 c-Myc 4개의 유전자를 도입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특성을 지닌 세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7년에 인간 세포에서도 이 4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만능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6년 후인 2012년,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야마나카 교수와 영국의 거든 교수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 역사를 보더라도, 야마나카 교수의 수상은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으로 평가된다. 당시 그의 연구 결과가 갖는 과학적 파급력과 응용 가능성이 얼마만큼 컸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결정이다.

오늘날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는 더 이상 가능성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의료 현장으로 적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은 흔한 노인성 망막 질환 중 하나다. 이 병은 눈의 망막색소상피세포(retinal pigment epithelium cells·RPE cells)가 노화로 인해 서서히 소실돼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하지만 오늘날 손실된 망막색소상피세포는 환자의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분화시킨 세포를 황반변성 환자에게 이식하면 일부에서 시력 저하의 진행이 완만해지거나 안정화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긍정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큰 규모의 임상 연구를 통해 적용 범위와 안전성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검증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세포 치료에 대한 성과는 주요 장기 치료 영역으로도 확대됐다. 손상된 심장에 환자의 역분화 줄기세포로 분화를 유도한 심근세포를 이식하고, 무릎 연골 손상 부위에 세포 치료용 연골세포를 주입해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는 임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또한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치료가 불가능한 파킨슨병에서도 환자 뇌에 역분화 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임상 단계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손상된 조직을 역분화 줄기세포로 대체하는 세포 치료 기술은 미래 지향적인 기술임이 분명하지만, 이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첫째는 환자의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치 않는 돌연변이를 줄이는 것이다. 이 예측 불가능한 돌연변이로 인해 낮은 확률이지만 암 발생의 위험성도 함께 존재한다.

둘째는 이식 세포에 대한 면역 거부 문제 해결이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세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동일한 환자 유래 세포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양 과정에서 세포 표면 단백질의 구성과 형태 그리고 양이 환자 조직의 세포와 미세하게 달랐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치료용 세포가 체내에 들어가면, 동일한 환자 유래 세포라 하더라도 환자의 면역계는 이를 낯선 개체로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치료용 세포의 성숙도다. 현재의 기술로 얻은 심근세포와 신경세포는 정상 세포와 비교할 때 그 특성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이것 역시 이러한 차이가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2000년대 이후 발표된 혁신적인 연구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한번 정해지면 되돌릴 수 없다고 믿어졌던 세포의 운명은 이 발견과 함께 다시 열렸고, 생명 현상은 결말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될 수 있는 과정임이 드러났다. 스무 해가 지난 지금, 역분화 줄기세포는 질병과 노화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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