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 중인 여야가 '개 식용 종식 사업' 예산을 400억원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용 개 농장을 폐업하면 지원금을 주는 이 사업은 "김건희 여사 예산"으로 불리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삭감을 벼르던 것이었다.
정부는 개 식용 종식 관련 내년 예산을 544억원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여사가 관심을 갖는 사안이라 정부가 허술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삭감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심사 과정에서 되레 약 400억원이 늘었다고 한다.
향후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합의했기 때문에 증액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삭감을 공언했던 당 지도부와 달리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들은 증액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어기구 농해수위 위원장 지역구인 충남 당진시만 봐도 대한육견협회 지부가 있고 사육 농장이 11곳이다.
정부는 2027년 2월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판매를 금지한 '개 식용 종식법'에 따라 지원금 등으로 농장 폐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기본 단가로 개 한 마리당 30만원을 주고 내년 2월까지 조기 폐업하면 최대 60만원을 지급한다. 개 농장마다 평균 400마리를 키우는데 농장주가 빠른 결정을 내리면 최대 2억4000만원을 받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난 12일 "개 식용 금지를 외치면서도 개를 살처분 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게 무슨 동물보호 정책인가. 동물인지적 감수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호센터를 만들어 동물보호법에 맞게 관리하고 자연사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안락사 계획은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농장주들이 폐업 전까지 (보조금을 더 받으려고) 사육견을 추가 번식할 수 있다"고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상태다. 육견협회 역시 "조기 폐업하려면 12월까지 기르던 개들을 다 처분해야 하는데 겨울에는 보신탕을 먹는 곳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식용견 규모는 46여만마리로 파악된다. 관련 업계는 약 6000곳으로 식당 2300여개, 유통업 1700여개, 도축업 220여개 등이다. 농장은 1537곳이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