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저가 배터리 시장 판도를 뒤흔들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다만 중국 업체가 발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력'에 초격차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출하량 1위인 중국 CATL이 최근 2세대 나트륨 배터리인 '낙스트라'를 오는 12월 중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대신 '나트륨'을 양극 주원료로 사용한다. 나트륨 자원 매장량은 리튬의 400배에 달하고, 전 세계 자원 분포가 비교적 균일하다. 소금에서 염소만 제거하는 간단한 공정만 거치기 때문에 리튬인산철(LFP)배터리보다 저렴하다. 화재 위험이 적고, 저온에서 성능 저하가 심하지 않은 등,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높다.
이미 CATL은 지난 2021년 1세대 나트륨 배터리를 선보였고, 중국 배터리 업체인 하이나배터리에서도 지난해 2월 나트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낙스트라가 특히 업계 주목을 받는 이유는 유일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나트륨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특징이 있다. 에너지밀도를 ㎏당 175와트시(Wh)까지 끌어올리며 LFP와 함께 저가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CATL은 향후 나트륨 배터리가 현재 LFP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의 절반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30년 이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며, 에코프로비엠은 오창 사업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나트륨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삼성SDI와 SK온은 현재 연구 개발 중이거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 시장을 내준 'LFP 후발주자' 전철을 똑같이 밟고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와 비슷한 성능의 LFP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권을 쥔 상태다. 그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LFP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뒤늦게 개발한 것이 그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중국보다 나트륨 배터리 개발에 4~5년 정도 뒤처져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노하우가 하나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던 중국의 꼬임수에 다시 당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CATL은 지난 1월 강남구에 '시에이티엘코리아'를 설립하고, 인재채용을 시작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테스트배드로 활용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에 초점을 두며 상용화 시점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에도 건식 전극 기술을 적용하고, 기존 리튬 테버리의 공정을 그대로 이용해 생산 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현재 12볼트의 무정전 전원장치(UPS) 백업용으로 개발 중이며, 2세대는 ℓ당 450Wh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할 예정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극재를 개발 중인 에코프로비엠은 낮은 에너지 밀도 보완, 대량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