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시설은 정부 지원 차별받아 더 열악” [심층기획-‘시설’, 그곳에 장애인이 산다]

2025-05-28

시흥 장애인거주시설 김재은 원장

30인 이상보다 인건비 보조 못 받아

17개 직종 중 12개 직종이 배제돼

“핵심 인력 지원 빠져… 개선 시급”

“말 그대로 ‘마른 걸레 짜기’예요.”

경기 시흥의 장애인거주시설 평안의집(현원 28명) 시설장인 김재은(사진)씨는 소규모 시설(30인 미만 거주)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장애인거주시설의 ‘소규모화’를 지향한다면서도 지원은 30인 이상 시설과 비교해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면서다. 실제 정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와 관련해 총 17개 직종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 중인데 30인 미만 시설은 여기서 5개 직종(시설장·간호사·생활지도원·조리원·촉탁의사)만 적용받고 있다.

김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30인 미만은 ‘사무국장’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다 보니 저희 사무국장께선 안타깝게도 ‘생활지도원’ 정원에 포함돼 일하고 계신다”며 “임금은 다른 시설 사무국장보다 낮은데 사무국장 업무는 물론이고 생활지도원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 사정”이라고 했다. 김씨 또한 생활지도원과 함께 한 달 중 절반 이상을 야간 당직을 서는 처지다. 그는 “매일 밤 2명이 야간 당직근무를 하지만 뇌전증 등 돌발행동 가능성으로 이용자 28명을 관리하기엔 불안한 측면이 있다”며 “예산이나 근무시간에 제한이 없는 시설장이 같이 근무를 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현원 30인’을 인건비 지원 기준으로 잡고 있다보니, 29인 시설의 경우 30인 시설과 비교할 때 이용자 단 한 명 차이로 보통 6∼7명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는 소규모 시설 종사자 인원 중 약 30%에 이르는 규모라고 한다. 김씨는 “더 큰 문제는 지원 배제로 소규모 시설에서 빠지는 이들 6∼7명 인원이 핵심 인력이란 것”이라며 “이들 인원의 부재가 개개 종사자의 노동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30인 이상부터 지원하는 직종엔 사무국장뿐 아니라 사무원, 사회재활교사, 영양사, 물리·직업치료사, 청능사, 언어재활사, 보행훈련사 등이 포함된다. 평안의집 같은 경우 사무국장·조리원이 사실상 영양사 업무까지 일부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조리원이 주간 식단표를 만들면 사무국장이 다른 대형시설 식단표를 참고해 검토하는 식이다. 김씨는 “종사자 인원이 넉넉하면 직종에 따라 업무를 나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한 명이 4∼5개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소규모 시설 측은 그간 정부에 사무국장·사무원 등 행정지원인력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올해 같은 경우 인건비 지원 기준을 ‘정원 30인’에서 ‘현원 30인’으로 고쳤을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장의 어려움이나 한계에 대해 조금씩 개선하고자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환·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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