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손편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새로운 시즌 2를 시작했다. 올해도 기라성 같은 백수저들과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흑수저들의 한판 승부가 기대되는 가운데, 지난해 시즌1의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중앙SUNDAY에 직접 쓴 손편지를 보내왔다. 우승자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누구보다 바쁘게 한 해를 보낸 그가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을 사랑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다. 더불어 기내에서 보내온 짧은 서면 인터뷰도 함께 소개한다.
‘흑백요리사’가 전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잘 만든 프로그램 하나가 한국의 미식문화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 음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 인기를 더욱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한국 음식의 다양성과 폭넓은 스펙트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았고, 한국 음식에 갈비 그 이상도 존재하며, 한국 셰프들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한 해 동안 밖이 아닌 안에서 한식을 가까이 경험하면서 새삼 느낀 한식의 매력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제게 한국 음식이 특별한 이유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 직접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반찬이 많은 저녁 식사를 할 때, 각각의 반찬을 어떻게 조합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죠. 셰프는 맛을 내지만, 먹는 사람은 각 한 입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과 식사할 때 그들이 쌈을 어떻게 만드는지 유심히 보고 따라 하곤 합니다. 제가 직접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맛있거든요. 제게는 모든 한국 사람들이 마치 셰프처럼 ‘맛있는 한 입’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아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식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식사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이 앞으로 전 세계인이 꼽는 미식이 되려면 어떤 점을 더 신경 써야 할까요.
“저는 한국 음식이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급 레스토랑 음식부터 포장마차, 사찰 음식, 가정식까지 한국 음식의 모든 형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아직 알지 못하는 한국 음식의 다양성이 있다고 믿으며 소박한 김밥부터 정교한 궁중 요리, 그리고 한국 식재료의 영향을 받은 최첨단 고급 요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음식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 음식은 수많은 이야기와 역사를 가진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여겨져야 합니다.”
〈에드워드 리의 편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한국을 찾은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흑백요리사 때문에 유명해진 지도 1년이 되었습니다. 한국을 바깥에서가 아닌 안에서 처음 본 것 역시 1년이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났고,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내 피는 이제 순창의 햇빛에 말라가는 고춧가루의 색이 되었습니다. 내 입맛이 매운 것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김치 맛을 못 본 날엔 잠이 안 와요. 올해 참 많이도 울었는데, 그 따뜻한 눈물이 부산의 여름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느낄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행복과 감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많은 장소를 보았습니다. 처음 안동의 산길을 걸어봤습니다. 처음 여수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인천에서 자장면을 처음 먹어봤는데, 익숙한 맛이 새로운 맛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아직도 제주의 사투리를 이해할 수 없지만, 단어는 모르지만,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읍니다. 속초에 갔을 때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를 보고 마치 내가 그 파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갑작스런 파도처럼 한국에 밀려온 걸까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여기에 속해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파도처럼 다시 어둠이 가득한 바다로 끌려가게 될까. 나는 부서지는 파도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한국의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이 되어 내 집이라 부르고 싶어요.
나는 뉴욕에서 자랐읍니다. 미국에서 힘들지만 멋진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내가 자란 집을 사랑했고, 부모님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내 마음속으로는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마음, 나도 한국인이었어.
나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한국에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음식. 51년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렸습니다.
올해까지 나는 나를 한국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한국 사람들의 미소와 사랑을 보기 전까지는요.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결코 감사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1년간 내 가슴이 통배추김치 한 포기만큼 커졌어요. 올해 내 땀은 젓갈을 너무 많이 먹어서 더 짠 것 같아요 . 떡도 너무 많이 먹어서 턱 모양이 바뀌었어요.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눈이었습니다. 내 눈은 한국의 모습들을 사진처럼 포착합니다. 서울에서, 명동 아니면 강남의 번화한 거리를 걸을 때 나는 멈춰서서 지켜봅니다. 수백 명의 한국인 얼굴이 바쁜 일상 속에 모여있습니다. 그리고 내 눈에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언젠가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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