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격적으로 수주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업계 전반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유동성 위기 탓에 움츠러들어 있어,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물산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이 사옥 등 빌딩공사와 주택사업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수주액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상반기 매출은 11조50억원, 영업이익이 9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저년 동기 대비 4.0%, 영업이익은 16.6%가 늘었다.
튼튼한 재무구조는 삼성물산이 공격적인 수주를 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힌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자산이 48조6854억원에 달하는 반면 부채는 16조4409억원으로 부채율이 33.7%에 불과하다.
연대보증과 책임준공보증 등 약정규모도 크지 않다. 삼성물산 올해 상반기 기준 연대보증 2조1320억원, 책임준공보증 1조370억원으로 총 3조1690억원의 우발채무를 안고 있다. 부채와 우발채무를 합쳐도 자산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는 모두 부채와 우발채무를 합하면 그 규모가 자산보다 크다.
실제로 최근 건설업계에선 경쟁입찰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입찰사가 한 군데도 없어 유찰되는 현장도 심심찮게 보인다. 신규 수주로 인해 우발채무가 늘어나는 것과 경쟁입찰로 인한 홍보비 등 매몰비용을 투입하는 것을 꺼리는 탓이다.
일부 현장에선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시공사 계약해지를 유도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40억원의 손실을 안고 울산 동구에서 추진 중이던 주상복합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롯데건설도 지난 9월 대전 도안지구 오피스텔 시공권 계약을 파기하고 약 3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여유로운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주규모를 키우는 모양새다. 도시정비사업은 하반기 들어서만 4곳을 수주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9곳에 달하는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미국과 중국, 중동, 인도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이 집중공략 하는 분야로는 주택과 사옥빌딩, 플랜트 등이 있다. 사옥공사로는 올해 준공한 여의도 사학연금 빌딩과 지난 6월 수주한 성수동 크래프톤 사옥 등이 있다. 플랜트분야에선 삼성전자가 발주한 평택공장과 함께 해외에서 추진 중인 SMR(소형모듈원전) 등이 주력사업으로 꼽힌다.
주택분야에선 도시정비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특화상품도 개발했다. '넥스트 라멘구조'는 층간소음과 내부 개조에 유리한 라멘구조를 도입하면서 기둥을 가장자리에 배치해 비용효율과 세대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린 상품이다. 리모델링 분야에서도 증축방식에 따라 18개에 달하는 평면을 적용할 수 있는 특화평면인 'EX-Unit'을 개발했다.
삼성물산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현장은 용산 한남4구역이다. 수주전을 대비해 영업팀과 관리‧기획‧마케팅 등 분야별 인력을 모아 TF팀도 결성했다. 강남권에선 방배7구역과 방배15구역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탄탄한 재무구조 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사로서 자금과 품질 면에서 두루 자신이 있다"면서 "실적을 쌓기 위한 묻지마식 수주가 아니라 선별 수주를 통한 지역별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