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법제화, 길어지는 'STO 희망고문'

2025-02-28

더불어민주당 산하 디지털금융허브위원회가 주최하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와 토큰증권(STO)의 융합' 정책 간담회가 2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렸다. 증권업계,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이 1~2층으로 구성된 간담회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번 간담회의 정책적 무게감은 상당했다. 길어진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제적인 금융 선진화 주도권 손에 넣기 위한 정치권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STO법제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토큰증권을 제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23년부터 추진돼 온 토큰증권 법제화가 다시 한번 미뤄지면서 이번 회기 내에 해당 안건의 처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조기 대선 이슈는 더 커졌고 국회 일정이 더 불투명해지면서 STO 논의는 빨라도 올해 하반기에나 논의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초 정무위원회가 전체 회의에서 STO 법제화 등을 담은 법안을 안건으로 상정, 논의하기로 하면서 STO 법제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현재 자본시장법에서는 STO은 발행과 유통에 대한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STO와 관련한 사업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STO 제도권 편입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1월부터 2년째 STO 법제화와 관련한 계획이 발표됐지만 번번이 후순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11월 STO 제도화 법안이 소위원회 안건으로 재발의 됐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STO와 관련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상 법안 통과는 뒷전으로 밀렸다.

업계 실망감은 말할 것도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STO 법제화에 바람을 넣으면서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증권사들이 STO사업에 경쟁적으로 수백억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앞선 금투세 폐지 등을 비롯해 금융 산업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의가 금융업계의 성장 여부가 아닌 정치적 계산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은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 허공에 돈을 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STO 사업이 제자리에 멈춰 선 것과 달리 해외 STO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경우 다양한 RWA(실물 자산 토큰)이 출시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을 지지하는 만큼 미국 내 RWA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 정책팀은 당선 당시 자금세탁방지와 거래소 감독, 자산보관 규정 등 핵심 투자자 보호책을 유지하고, 토큰화 이점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지난 2020년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STO를 법제화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 선진화를 이끌기 위해서 조속한 STO 제도화가 필요한 때다. 국내 증권사들을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유관기관도 STO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STO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STO 법제화를 둘러싸고 '기대감'과 '실망감'을 오가는 희망고문 대신 국내 STO시장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회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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