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매체의 존재 의미를 질문하는 책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초판 절판 이후 22년 만의 복간

2025-09-15

영화는 단지 이야기의 연속일까, 아니면 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적 사유의 장일까? 이 단순한 질문을 깊은 성찰로 이끄는 22년만에 새롭게 책이 복간이 됐다.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지은이 김성태 펴낸곳 불란서 책방)는 한국어로 쓰인 영화 이론서 중 드물게 영화라는 매체의 존재론적 문제를 놓고 사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의 근본적인 성격과 영화의 본질, 구조와 기능, 현실과의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접근한다. 영화에 관한 질문과 사유를 다시 제기하는 이 책은 영화라는 이미지-기술의 집합체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어떻게 관객과 관계 맺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해 나간다.

책의 저자는 ‘영화’의 존재와 변천을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작품이나 사조를 예로 들지 않고 있다. 그가 다루는 ‘영화’는 개별 작품들의 어떤 부분이 가리키는 것,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개념이지 특정한 영화 몇 편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예술과 다른 영화 이미지의 속성에 관해서, 그것이 현상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 현상과 본질에 관한 합리주의또는 비합리주의의 다른 태도에 관해서, 예술의 고전성과 현대성에 관해 조명한다.

이 책 주요한 논점은 영화라는 장치 속에서 철학적 질문을 끌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를 “움직이는 철학”으로 간주하며, 영화를 통해 베르그송의 지속, 들뢰즈의 시간, 라캉의 주체 등을 관통한다.

이는 단순히 영화에 철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 구체적 형상으로 재현되고 실험되는 장이 바로 영화라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특히 영화가 “이미지를 통한 존재의 사유”라는 관점에서, 기존의 실증주의적 영화 이론을 넘어서고자 한다.

이론으로 영화를 ‘설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영화 자체가 하나의 존재론적 질문이자 실천이라는 인식은 이 책의 주요한 화두가 된다. 베르그송, 들뢰즈, 바쟁 등 영화철학의 주요 사상가들을 가로지르며, 저자는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의 층위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현실과 영화 사이의 경계는 존재하는가? 영화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 질문하고 있다.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영화의 형식 자체—몽타주, 롱테이크, 플랑-세껑스, 데꾸빠쥬—가 어떻게 존재성을 획득하는지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영화가 단순히 ‘무엇을’ 보여주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존재의 의미가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관객의 시선을 조직하고 현실을 분절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세계의 존재 조건 자체를 바꾸는 기술적-미학적 개입으로 읽힌다. 영화는 보는 이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의미는 관객과의 관계 안에서 생성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영화가 단지 ‘표현된 존재’가 아닌, ‘관계적 존재’로 이해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책의 1부 ‘영화라는 존재 I ― 다른 이미지‘는 영화의 형식이 단순한 시청각 재현을 넘어선 철학적 도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영화가 현실을 모사한다기보다 다르게 재현하고, 다르게 보여주는 이미지라는 전제를 세운다. 2부 ‘존재의 진화 ― 첨가되는 개념들’은 영화가 붙잡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들을 보여준다.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리얼리즘 전통의 카메라 시선), 조작된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서사적 개입과 연출의 정치성), 편집을 보여주는 영화(몽타주를 통한 인식 구조의 생성),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시간성과 이야기성의 결합) 등 이러한 구분은 영화가 조망하는 측면에 따라 세계의 양태가 달라짐을 보여준다. 3부 ‘영화’라는 존재 II ― 영화들을 생산하는 기계’에서는 영화 제작 장치가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고 관객을 유도하는지 설명하며 수용자 측면에서의 영화 존재를 다룬다. 저자는 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존재론적 상호작용으로 본다. 즉, 영화는 관객 시선 속에서만 실재하며, 관객은 영화의 리듬, 시점, 시선에 따라 존재를 재구성하게 된다. 영화 제작과 수용의 조건을 통해 영화의 실천적 성격을 조명한다. ‘영화관과 관객’에서는 영화가 시선과 주체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영화적 일루전’과 ‘영화적 상태’는 영화 속 몰입의 구조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드러낸다.

마지막 부분인 4부 ‘영화와 현실 ― 현실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은 ‘영화’와 ‘현실’의 관계를 다룬다. 여기서 김성태는 “현실”이란 단일한 것이 아니며, 영화는 이를 여러 층위로 분할하고 새롭게 조직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적 현실의 다층성, 일루전 구조, 몽타주 vs 데꾸빠쥬를 통한 구조 분석을 통해 영화사 속 다양한 재현 전략이 현실과 관객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 왔는지를 탐색한다.

“몽타주 이후”라는 마지막 장은 개정판 출간에 맞추어 새롭게 첨가된 부분이다. 여기서 결국 영화는 존재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는 듯하다. 이는 들뢰즈의 시간-이미지론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는 재현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구성 장치라는 점에서 이 책의 사유는 다시 정점에 도달한다. 예컨대 바쟁에게 영화가 ‘현실을 보존하는 기술’이라면, 김성태에게 영화는 “현실을 낯설게 만들고, 재구성하는 사유의 매체”가 된다. 특히 몽타주와 롱테이크, 데꾸빠쥬 등의 영화 문법이 단순한 형식적 도구가 아니라, 존재를 인식하는 틀로 작동함을 강조한다.

김성태의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영화와 철학, 기술과 인식, 감성과 실재 사이의 긴장관계를 영화라는 존재에 관한 사유의 탐사를 통해 해명하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 시간, 공간, 감각이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고 싶은 이들, 특히 영화를 인문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유학 후 국내에서 영화 연구와 창작 활동을 병행해 온 영화학자다. 그의 ‘영화‑존재의 이해를 위하’는 영화 그 자체를 ‘존재’의 관점에서 재고하며 ‘영화’라는 예술의 본질에 다가선다. 개별 영화 분석이 아닌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영화의 탄생, 촬영·편집 기술의 발전, 관객 수용 방식, 고전에서 현대영화로의 흐름 등을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영화적 구성 요소와 재현의 문제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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